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특사'로 임명돼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 의원에게도 특사를 제의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5월 이후 의원외교 차원에서 대통령특사로 임명된 한나라당 의원은 20여명에 이르지만 야권 인사에게도 특사를 제의한 것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이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은 야당 의원은 민주당 소속의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민주당 관계자는 13일 "청와대가 지난 6월 정 위원장에게 초당적 외교를 위해 '몽골 특사'로 나서 줄 것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3선의 정 위원장은 한국-몽골 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몽골통(通)'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난색을 표시하는 바람에 야당 의원이 몽골 특사를 맡는 것은 불발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당 지도부를 만나 이 대통령의 뜻을 전했지만 지도부가 만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디어법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특사 카드를 덥석 받아들일 경우 여권의 국정 드라이브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몽골에 가지 못한 정 위원장은 뒤늦게 지난달 27일 한몽친선협회장 자격으로 몽골을 방문, 정관계 지도자들을 만나 유연탄 등 자원 개발 방안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야당 의원을 특사로 임명해 외교 자원을 폭넓게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특사로 임명된 한나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당 외교를 위해 앞으로는 야당 의원들도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외국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내의 친이계 및 친박계 인사를 고루 해외에 보내 특사 임명을 당내 화합 카드로 쓰기도 했다.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과 이 대통령 측근인 조해진 의원을 함께 태국 특사로 파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이 정 위원장에게 특사를 제의한 것은 특정 국가에 끈을 가진 의원들을 활용하자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 인사들과 소통하려는 뜻도 갖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파행 정국을 고려할 때 야당 특사는 당분간 실현되지 않을 것 같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 특사도 임명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아쉬움을 표시했다.
장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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