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도쿄 피랍' 생환 36주년을 맞은 13일, 부인 이희호 여사의 얼굴엔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제2의 생일'인 생환일이 돌아올 때면 온 가족이 서교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려왔지만, 올해는 김 전 대통령이 병상에 누워있어 함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여사는 이날 오후 김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예배실에서 열린 '생환 36주년 기념 미사' 도중 감정이 복받친 듯 눈시울을 붉혀, 주변을 숙연케 했다. 이 자리는 가족과 측근, 각계 인사 100여명이 김 전 대통령에게 36년 전 기적이 다시금 일어나길 염원하는 뜻에서 마련됐다.
앞서 이 여사는 직계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9층 중환자실에서 조촐한 기도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이 여사는 손자들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며 "36년 전을 생각하면 기쁜 날인데 병석에 누워계신 게 안타깝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여사는 남편이 입원한 뒤로 32일 동안 세브란스병원 20층 VIP병실에서 기거하며 간병과 방문객 접대를 도맡고 있다. 여든여덟의 고령인 이 여사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11일 하루에만 이 여사가 맞이한 방문객이 30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 여사의 극진함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 여사는 매일 오전6시20분 중환자실을 찾아 남편의 쾌유를 기도한다. 최근 김 전 대통령의 손발이 너무 차가워지자 손수 뜨개질한 벙어리장갑과 양말을 끼워주었다. 또 매일 남편 건강상태와 방문객 이름을 꼼꼼히 일지에 적어두고, 방문객들에게 "김 전 대통령이 생환일을 기점으로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는 바람을 자주 말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간병이 길어지면서 병원측은 이 여사의 건강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 여사가 기거하는 병실에는 간호사들이 수시로 방문,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또 이 여사가 최근 기침을 자주 하자, 한명숙 전 총리는 도라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쾌유와 이 여사의 건강을 바라는 시민들의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DJ로드'는 쾌유를 기원하며 장미 100송이를 전달했고, 이해찬 전 총리의 팬카페도 쾌유를 바라는 글이 담긴 소책자를 이 여사에게 전달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