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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카레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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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카레이싱

입력
2009.08.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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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둥.' 3,800㏄ 엔진이 뱉어내는 소리는 빠른 북소리처럼 가슴을 쳐 댔다. 경주용 차량에 앉은 지 10여 초,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긴장감에 심박동이 빨라져 엔진의 진동에 근접할 무렵 신호가 떨어졌다. 중후한 북소리를 내며 얌전히 출발을 기다리던 엔진은 가속 페달을 밟자 고양이과 동물의 포효 같은 금속성 파열음으로 고막을 찢을 듯 꿈틀댔다.

거의 동시에 타이어와 아스팔트의 마찰음이 짧게 들리는가 싶더니 몇 초 만에 속도계는 시속 200㎞를 넘어서고 있었다. 차는 '쏜살같이' 1번 코너를 질주했다. 근육질 차체, 엔진의 굉음, 시야가 좁아질 정도의 스피드. 남자들의 로망 '카 레이싱'이 시작됐다.

9일 'CJ 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열린 강원 태백시 동점동 태백레이싱파크 경기장. 기자는 '슈퍼 3800' 결승에 앞서 'EXR TEAM106' 유경욱(29) 선수의 차량에 동승했다. 연습 주행이기는 하지만 900m의 직선 주로와 총 6개의 코너로 이뤄진 2.5㎞ 트랙 3바퀴를 4분대에 주파한다.

가장 압권은 직선 주로에 이어 처음 맞닥뜨리는 1번 코너. 반지름 25.88m의 반원을 따라 180도 회전하는 '헤어핀 커브'(여성의 머리핀을 닮았다고 해 붙인 이름)다. 유 선수가 첫 번째 선보인 기술은 '아웃 인 아웃(out in out)'. 말 그대로 트랙 바깥 쪽에서 코너에 진입해 원의 중심에 가깝게 코너를 돌고 다시 바깥쪽으로 나가는 기술이다.

코너 진입을 30여m 앞둔 유 선수, 오른발 앞꿈치로는 브레이크 페달을 지긋이 누르고, 뒤꿈치로는 가속 페달을 밟는다. 레이싱의 기본 기술 '힐 앤드 토(heel & toe)'다. 만약 가속 페달을 밟아 주지 않는다면 엔진 브레이크를 위해 저속 기어로 변속했을 때 낮아졌던 엔진 회전수가 갑자기 높아져 엔진과 변속장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기술은 신속한 가속까지 가능케 한다. 오른발도 바쁜데 왼발로는 연신 클러치 페달을 밟으면서 기어를 6단에서 3단까지 차례로 하향 변속했다.

210㎞에 육박하던 시속이 2, 3초 만에 90㎞로 떨어졌다. 가속할 때는 좌석에 붙어 자세를 고쳐 보려고 해도 떼낼 수 없던 몸이 앞으로 급격히 쏠렸다.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자 운전석 쪽으로 날아갈 듯 몸이 들렸다. 허리와 양 어깨를 감싸는 '4점 고정식 안전벨트'가 아니었다면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갈 정도의 원심력이었다.

비교적 완만한 2번 코너를 벗어나자마자 왼쪽으로 90도 굽은 3번 코너가 나온다. 그리고 코너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반지름 38.42m의 헤어핀 4번 코너가 튀어 나온다.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으면 4번 코너에서 차량이 트랙 밖으로 튕겨져 나가기 쉽다. 실제로 이날 결승전에서도 차량 1대가 4번 코너에서 주로를 이탈했다.

차는 왼쪽으로 90도를 도는 5번 코너, 큰 원을 그리며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6번 코너를 돌아 다시 스타트 라인이 있는 직선 주로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3바퀴, 차는 안전을 위해 직선 주로와는 격리돼 안쪽에 자리 잡은 피트(PITㆍ차량을 정비하는 공간)에 멈춰 섰다.

기자는 의기양양하게 환호성을 지르며 차에서 내렸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걸음을 뗄 수 없었다. 그때 유 선수가 기자에게 건넨 한 마디. "실제 경기의 80% 정도로 달린 건데 즐거우셨는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양반 지난해 GT 마스터즈 대회 챔피언이란다.

곧이어 열린 슈퍼 3800 결승전. 트랙을 25바퀴 도는 경주다. 'CJ 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은 배기량별(1,600ㆍ2,000ㆍ3,800ㆍ6,000cc)로 나눠 경기를 진행한다. 다양한 국내 양산 차종을 볼 수 있는 1,600ㆍ2,000cc나 수입차들이 주종을 이루는 6,000cc와는 달리 3,800cc는 현대 제네시스 쿠페 단일 차종만 참가한다. 그만큼 차량 성능보다 레이서의 역량으로 순위가 갈린다.

롤링 스타트로 경기가 시작됐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경주용 차량과 확연히 구분되는 흰색 페이스 카(pace car)가 선두에서 시속 70~80km로 트랙 한 바퀴를 돈 뒤 직선 주로에 접어들기 전 피트로 빠지면서 경기가 시작된다.

물론 시작을 알리는 녹색 신호가 들어오기 전까지 추월은 금지다. 차량 19대가 전날 예선전 순위에 맞춰 주행한다. 정지해 있다가 출발하는 스탠딩 스타트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장거리 레이스에서 주로 쓰인다는 게 경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2,000여명. 3,800석 규모의 관람석이 절반 이상 찼다. 엎치락뒤치락 차들의 순위 경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승했을 때의 흥미진진함을 100점으로 보자면 관람은 70점 정도라고 할까.

관중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차량이 직선 주로에 들어오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고, 시야에서 사라지면 경주로 건너편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보며 응원했다. 그 중에는 'EXR TEAM106'의 선수 겸 감독으로 출전한 류시원씨를 응원하는 일본 아줌마 부대 100여명이 눈에 띄었다.

검은색 의상을 맞춰 입은 이들은 18바퀴 후반에서 류씨를 바짝 추격하던 서호성 선수의 차량이 미끄러져 경기장 밖으로 스핀아웃되자 '류시원 파이팅'을 연발하며 손뼉을 치다 상대 선수를 응원하던 관중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부슬비가 내려 노면이 다소 미끄러웠지만 차량 전복 등 큰 사고 없이 대회가 끝났다. 경기 결과, 에스오일 레이싱팀의 황진우 선수가 25바퀴를 26분27초899에 돌면서 1위를 기록했고, 유 선수는 5.9초 뒤쳐진 기록으로 3위, 류씨는 6위에 각각 올랐다. 1등은 아니었지만 'EXR TEAM106'은 5월 첫 경기를 시작한 이후 4번째 경기 만에 처음으로 3등 안에 들어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태백=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집에 있는 승용차로도 카 레이싱 즐긴다

카 레이싱을 즐기려면 경주용 차를 사야 할까. 대답은 'No'다. 평소 운전하던 자가용 승용차로도 얼마든지 경주로를 달릴 수 있다.

태백레이싱파크는 비정기적으로 '트랙데이'를 열고 있다. 3월에 행사를 가졌고 16일에도 개최할 계획이다. 국제자동차연맹의 공인을 받은 경기장을 승용차로 돌 수 있다. 1타임에 20분씩 총 4, 5타임 주행이 가능하다. 참가비는 10만원이며 기본 안전장구인 헬멧은 현장에서 대여해 준다.

주최 측은 처음 레이싱파크를 찾는 참가자들을 위해 당일 '태백레이싱파크 라이선스'를 발급할 계획이다. 경기장 안전 수칙, 신호 규정 등에 대한 1시간 이론 교육을 받으면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다. 교육 및 발급비는 5만5,000원.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트랙데이가 아니더라도 이용권을 구매해 원하는 시간에 경기장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경기장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와 태백레이싱파크 두 곳이지만 스피드웨이가 공사 중이어서 카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곳은 태백이 유일하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전남 영암군의 F1 경기장이 문을 열면 좀 더 다양한 코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고난도의 기술을 배우고 싶으면 전문 레이싱 스쿨을 이용하는 게 좋다. KARA는 이명목 레이싱 스쿨(www.racingacademy.co.kr), 코리아 오토스포츠 모터스포츠 아카데미(www.kart.co.kr), 윤철수 드라이빙 스쿨(www.youndriving.com) 등 세 곳을 추천했다.

코리아 오토스포츠 모터스포츠 아카데미의 경우 고속으로 급커브 돌기, 엔진 브레이크 사용법 등을 전수하는 3시간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 지도 비용은 30만원. 아카데미 관계자는 "수업 후 경기장에서 5번 정도 개인 연습을 하면 대부분 기술을 마스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 기술을 익혔다면 KARA가 공인하는 선수 라이선스 취득도 가능하다. 레이싱 스쿨의 수료증과 사진, 운전면허증 사본 등을 제출하면 선수 입문 격인 'C 라이선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 KARA 연회비와 발급비는 6만원이다.

허정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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