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가 석방된 뒤 남북관계가 술술 풀릴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무리다. 꽉 막혀 있던 남북관계에 '작은 숨통'이 트인 정도라고 보는 것이 맞다. 정부도 "진작에 해결됐어야 할 일이 뒤늦게 바로 잡힌 것"이라며 아주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북한은 유씨를 풀어 줌으로써 남북관계의 최대 걸림돌을 스스로 제거했다. 하지만 석방 시기나 상황 등을 보면 "남북관계 해빙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주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아 미국 여기자들을 석방했을 때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 주 미국 여기자들을 풀어준 뒤 유씨를 계속 붙잡아 둘 명분이나 전략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석방한 측면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직ㆍ간접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남북관계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도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 자체를 원하기 보다는 남북관계를 풀지 않으면 북미관계 개선의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계산을 한 듯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제 공은 남한으로 넘어왔다"며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화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 정책에 있어 '원칙'을 강조해 온 정부가 갑자기 포용과 화해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800연안호' 선원 4명이 여전히 억류돼 있고, 지난 해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북한이 묵묵부답인 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제스처는 별로 없다. 또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외화벌이와 직결된 금강산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확대 등 북한이 흥미를 느껴 대화에 적극 나서게 할 만한 카드를 제시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정부는 그간 만지작거려 온 대북 인도 지원 재개를 실행하는 수준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결국 남북관계는 당분간 최악은 아니지만 훈풍도 불지 않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미관계가 얼마나 빨리 풀리느냐 정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북관계가 생각보다 빨리 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북한의 기본적 대남 노선 변화는 없겠지만, 경제적 실리를 취하기 위해 관계 개선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