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하루 10시간씩 컴퓨터 게임을 하는 김모(24)씨는 어느 순간부터 팔이 자주 저리고 두통까지 느껴졌다. 얼마 전 병원을 찾았다가 김씨는 의사로부터 목 디스크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디스크는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만 걸리는 병으로 알고 있었는데 젊은 나이에 병에 걸렸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 오랜 컴퓨터 작업이 목 디스크 유발
사람은 직립 생활을 하기 때문에 특이하게 목뼈가 앞으로 볼록한 C자형 곡선을 이루고 있다. 이런 곡선의 위쪽 끝에 머리 중심이 정확히 위치할 때 목뼈와 디스크, 관절, 목 주위 근육, 인대가 가장 안정된 상태가 된다.
목은 7개의 뼈로 이뤄져 있다. 이들 뼈 사이사이로 모두 여덟 쌍의 신경줄기가 지나간다. 이 가운데 아래쪽 네 쌍은 목뼈를 빠져나가 어깨와 팔, 손가락으로 간다. 이들 신경줄기가 빠져 나온 디스크에 의해 자극을 받으면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어깨와 팔이 아프고 저리게 된다.
통증은 대부분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는 사람에게 생긴다. 컴퓨터 모니터를 장시간 바라보면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목의 C자 곡선이 I자로 펴지거나 뒤로 볼록하게 돼 목 디스크, 관절, 근육, 인대에 부담이 많이 가해지고, 결국 뒷목이 뻐근하거나 아프게 된다.
이런 통증은 뒷머리, 양쪽 어깨, 등 쪽으로도 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어깨나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또 나이가 들어 골관절이 퇴행, 목뼈 일부가 자라면서 신경 부위를 자극해 아프기도 한다. 골관절 퇴행으로 인한 목 디스크는 40~60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목 디스크가 악화하면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목 팔 손끝 다리가 움직이기 힘들고, 심한 경우엔 마비 오기도 한다. 따라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 목뼈의 C자형 유지해야 디스크 예방
목 디스크를 예방하려면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 가급적 눈높이에 맞춰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책상 앞에 앉을 때는 의자 등받이 깊숙이 엉덩이를 밀어 넣고 허리를 곧게 펴 무릎이 엉덩이보다 높게 하면 좋다. 발 밑에 적당한 높이의 받침을 놓아 이런 자세를 습관적으로 만들어 주도록 하는 것 역시 훌륭한 방법이다.
적어도 30분에 한번씩 잠깐 휴식하고 목을 여러 방향으로 가볍게 풀어 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이때 목에서 '뚝'소리가 날 정도로 비트는 동작은 시원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목 디스크와 관절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취하는 잘못된 자세가 바로 전화받는 자세다. 양손을 사용하려고 전화기를 귀와 어깨 사이에 끼우고 고개를 옆으로 뉘인 삐딱한 자세로 전화를 장시간 통화하는 경우가 많다.
또 직장에서 피곤해 잠시 휴식할 때 의자에 앉아 앞으로 목을 떨군 채 낮잠을 즐기는데 이런 자세는 목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이때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 약간 누운 자세에서 수건으로 작은 베개를 만들어 목 뒤에 끼워 넣으면 목뼈의 C자형을 유지하면서 편안히 쉴 수 있다.
■ 환자에 맞는 시술법 선택이 중요
목 디스크는 허리 디스크와 달리 치료가 늦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추 신경인 척수가 눌려 인체 일부나 전체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 디스크 초기에는 안정과 약물 요법, 물리치료 등을 한다. 이렇게 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로는 '인공 목 디스크 치환술' '전방 경유 경추 유합술' '미세 현미경적추간공 확장술' 등이 있다. 최근 가장 관심을 끄는 수술은 인공 목 디스크 치환술인데 이 수술은 관절 기능을 살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디스크 제거 후 뼈를 인공뼈나 금속판으로 고정하면 관절 기능을 잃는데 이 수술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유지하므로 수술 후 일반인과 별 차이 없이 생활할 수 있고 회복도 빠르다. 그러나 좋은 수술법이라도 맹목적인 선호는 금물이다. 무엇보다 환자 상태에 맞는 수술법을 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디스크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튀어나왔다면 미세 현미경적 추간공 확장술을 받는다. 수술은 1시간 정도가 걸리고 입원 기간도 1, 2일로 짧다.
미세 현미경적 추간공 확장술은 목 앞쪽 주름살이 있는 곳을 아주 작게 절개한 뒤 목뼈 사이의 신경공을 통해 디스크에 접근하는 방법이므로 주변 장기를 손상할 위험이 아주 적다. 또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미용에 신경을 많이 쓰는 젊은이에게 인기다.
전방 경유 경추 유합술은 디스크가 중앙이나 여러 방향으로 튀어나온 중증 환자에게만 하는 수술이다. 척추 사이의 병든 디스크를 완전히 제거한 뒤 디스크가 있던 자리에 인공뼈를 심는다. 확실히 고정하려고 금속판을 쓰기도 하는데 보통 2개월 이상 목 보호대를 착용해야 하므로 다소 불편한 것이 단점이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동호 교수, 더조은병원 배장호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일러스트=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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