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3년 더 운영해보고 나서 폐지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행정규제 일몰제에 따라 시행 후 5년 동안 개정하지 않은 규칙은 모두 폐지한다는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6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신문법이 무가지, '공짜 신문'과 경품 제공 금지규정을 그대로 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정이다.
국회에 이은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은 '1년 구독료의 20%를 넘는 무가지와 경품 제공, 신문구독 강요' 등 신문고시가 금지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여전한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신문을 구독하면 현금이나 고액 상품권을 주겠다거나, 길게는 3년까지 구독료를 받지 않는다며 독자를 유혹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마구잡이로 무가지를 뿌리는 행위도 별로 줄지 않았다. 구독을 중단한다고 알려도 막무가내로 신문을 넣는 행태는 일반화했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신문고시 위반행위는 거의 모두 이른바 메이저 신문으로 불리는 대형 신문사들이 저지르고 있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조선> <중앙> <동아> 3개 신문사의 지국 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오직 한 곳만 빼고 모두 신문고시를 위반하는 불법적 판촉 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 중앙> 조선>
이처럼 불공정행위가 줄어들지 않는 데는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탓이 크다. 공정위는 신문시장의 질서가 혼탁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새 정부 들어 단 한 차례도 직권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과징금 부과도 2007년 8억9,6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300만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올들어 상반기까지 과징금을 부과한 실적은 달랑 한 건뿐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단속에 필요한 인력이 없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 앞으로도 직권조사는 기피한 채 가만히 앉아서 들어오는 신고만 소극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자세다. 이렇듯 공정위가 스스로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꼴은 정부가 '법질서 확립'을 외치는 것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공정위는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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