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재건축 시장의 매물 증가는 불붙었던 재건축 급등세를 진화(鎭火)할까, 아니면 재건축 시장의 '잠재 본능'인 부동산 버블과 투기를 자극할까.
입주 때까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던 재건축 아파트(2003년 12월31일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투기과열지구내 단지) 가운데 장기간 사업 진척이 없는 재건축 단지들이 11일부터 조합원 지위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조합원 지위 거래가 금지됐던 서울 강남3구 재건축 단지에서 쏟아질 매물들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족쇄 풀린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거래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확대 허용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일 공포와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2년(종전 3년) 이상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를 2년(종전 5년) 이상 소유한 경우 ▦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2년(종전 3년) 이내에 착공이 이뤄지지 않는 단지를 2년(종전 5년) 이상 소유한 경우 ▦착공일로부터 3년(종전 5년) 이내에 준공하지 않은 단지를 3년 이상 소유한 경우 ▦경ㆍ공매 등으로 소유권 이전이 되는 경우에 한해서는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단지도 조합원 지위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로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와 논현동 경복아파트, 청담동 삼익아파트, 압구정동 한양 7차, 대치동 청실 1ㆍ2차아파트 등 강남권 22개 단지, 1만4,000여 가구가 조합원 지위 양도 허용의 수혜를 보게 됐다.
급등세는 멎어
조합원 지위 양도가 허용되면서 시장에 재건축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한동안 가팔랐던 재건축 단지의 호가 상승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11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3구 일대 대부분 재건축 단지에서 호가를 낮춘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날부터 전매가 가능해진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43㎡(13평)형의 경우 지난 주 8억1,000만원까지 호가했으나 이번 주 들어 8억원으로 내려간 매물이 나왔다. 강남구 대치동 청실1ㆍ2차 아파트의 경우 102㎡(31평)형은 10억3,000만~11억원선, 116㎡(35평)형은 11억7,000만~12억5,000만원선으로 최근 1주일 사이에 1,000만~2,000만원 가량 호가가 떨어졌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매제한이 풀림에 따라 이전에 비싼 가격에 융자를 많이 끼고 투자 목적으로 사둔 사람들이 매물을 더 쏟아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개포주공2단지 내 K공인 관계자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재건축 단지를 매입한 경우 이자부담 등으로 되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며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도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 재연 가능성도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투기자금의 시장유입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조합원 지위 거래가 자유로워질 경우 투기자금 유입으로 시장이 혼탁해질 공산이 크다. 시중의 과잉유동성이 다시 몰린다면 부동산 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는 재건축 시장의 여러 가지 변수 가운데 하나에 불과해 이 자체만으로 시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환금성이 높아져 몸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그 동안 막혀있던 투기자금의 재건축 시장 유입도 뚫린 만큼 투기성 거래가 늘어나고 가격도 불안해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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