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할머니가 80억원 상당의 토지를 서울 시민들을 위한 휴식처로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난 1월 이미 세상을 떠난 고 정차점 할머니.
서울 강서구에 따르면 정 할머니의 동생인 덕선(63ㆍ여)씨와 점갑(58)씨가 지난달 27일 고인의 뜻이라며 방화동 개화산 임야 4만49㎡를 구에 기부했다. 이 땅은 정 할머니가 1974년 11월 매입한 것으로, 현재 공시지가 기준 28억원 상당이며 일반 공원부지 보상액으로 환산하면 80억원의 가치가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경남 의령이 고향인 정 할머니는 3남3녀의 형제 중 맏이로 부산에서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허드렛일부터 부동산과 호텔 사업에 이르기까지 악착같이 재산을 모아 '여장부'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에 기부한 임야 역시 부동산 사업을 하던 당시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평소 정 할머니는 "개화산에 있는 땅을 주민들의 휴식처로 제공할 수 있도록 강서구에 기부하겠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동생 점갑씨는 "생전 누님께서 개화산 땅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뜻을 따른 것일 뿐"이라며 "구에서 주민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서구는 정 할머니가 기부한 개화산 일대를 고인의 뜻을 기리고 기부문화를 활성화한다는 의미에서 '나눔의 숲'이라고 이름 짓고 지난 6일 기념비와 육각정자를 우선 설치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정 할머니가 기부한 토지는 등산로에 인접해 있어 주민들의 통행이 빈번한 곳"이라며 "이 곳에 운동기구와 휴게시설 등 다양한 편익시설을 설치해 많은 주민들이 건강과 휴식을 함께 취할 수 있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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