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투병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문병했다. 병세가 위중한 김 전 대통령을 만나지는 못했으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손을 꼭 잡고 "평생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셨기 때문에 이번에도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리고 이 여사 및 김 전 대통령 측근들과 함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병문안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늘 쉬운 일만은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독재' 발언으로 이 대통령을 언짢게 했을 법 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여기에 개의치 않고 직접 병원을 찾았다.
특히 병문안에 앞서 참모들에게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민족 화해에 큰 발자취를 남긴 나라의 지도자"라며 "문병하고 쾌유를 비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화합과 통합에 목말라 하는 국민에게 흐뭇한 느낌과 함께 안도감을 갖게 했을 것으로 믿는다.
이 대통령의 문병 하루 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문병하고 두 사람의 화해를 선언했다. 오랜 정치 역정과 민주화 투쟁을 함께 하면서 평생 라이벌이자 동지였던 두 사람은 1987년 대선 때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이후 줄곧 반목한 사이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해 선언은 비록 너무 늦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본인들뿐 아니라 두 지도자를 높이 받들고 따르던 많은 이들에게 각별한 위안과 감회를 갖게 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지역 화합과 국민 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김 전 대통령 문병 행렬은 정치적 은원(恩怨)을 초월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장외 대결을 잠시 접고 차례로 병원을 찾았고,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도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빌었다. DJ의 병세를 한 마음으로 걱정하는 정치권이 화해와 화합의 소중한 뜻을 다 함께 되새겨 현실정치에서 살려나가기 바란다. 국민의 바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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