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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 표절 의혹, 포맷·실험방법서 그래픽까지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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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 표절 의혹, 포맷·실험방법서 그래픽까지 '판박이'

입력
2009.08.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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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의혹이 제기된 EBS와 BBC 프로그램은 방송 취지와 방식 등이 판박이이다. BBC 관련 방송을 본 후 똑 같은 상황을 재연해서 쉽게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흔적이 역력하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얻어 쓰는 단계를 지나 소품만 대충 바꿔서 촬영했음에도 독자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홍보했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올 4월 방영된 <인간의 두 얼굴> 을 보자. 안경 쓴 30대 남성이 허름한 셔츠를 입고 시내 번화가의 옷가게 쇼 윈도우에 서 있다. 제작진은 지나가는 여성들을 붙잡아 이 남성의 첫인상이 어떤지 묻는다. 여성들은 남성의 직업을 기계 수리공 등으로 추정한다. 반면 이 남성이 양복으로 갈아입고 헤어스타일을 바꾸자 호감도가 급상승, 연봉 수억 원의 변호사일 것이라는 등 여성들의 찬사가 이어진다.

이러한 포맷은 2005년 7월 방영된 BBC의 과 똑같다. 실험 장소나 남성의 옷차림, 질문내용, 여성들의 반응이 거의 흡사하다. 첫인상을 알아보는 실험방법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굳이 똑같은 화면구성으로 이를 재연했다.

플라시보(심리적 위안) 효과를 입증하는 실험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은 대형 자석 모형을 몸에 대면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내용의 실험을 실시했다. 2008년 2월 방영된 BBC의 에 등장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인간의 두 얼굴> 에서는 2만원을 먼저 주고 확률 50%의 룰렛게임에서 이기면 3만원을 더 준다고 할 때 제안에 응하지 않지만, 5만원을 주고 3만원을 뺏으면 자기 돈을 찾아야 한다는 착각 때문에 실험자가 게임에 응한다고 설명한다. 이 때 등장하는 그래픽을 보면 BBC 방송내용과 지폐 개수, 손바닥, 바닥의 눈금, 배색 등이 전부 똑같다. 달라진 점은 10파운드 지폐가 만원짜리로 바뀐 것 뿐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EBS측은 우연의 일치라며 표절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사전에 상황설정을 알았다면 내용을 바꾸었을 텐데 현재의 스태프 인력으로는 각국 방송을 모두 스크린 할 수가 없어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나왔다는 해명이다. 한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심리학 이론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슷한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BBC 화면을 참고했더라도 얼마든지 표절의혹을 벗어날 방법은 있었다. 처음부터 BBC화면의 출처를 밝힌 후 사용하든가, 아니면 비슷한 상황을 재연했을 경우 BBC 특정프로그램을 참고했다고 밝혔으면 문제가 없었다. 또 심리학 테스트 기법에 따라 소품 등을 바꿨어도 논란을 비켜갈 수 있었다.

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다큐멘터리 진행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손 교수는 "우리나라 방송 드라마에서 배경음악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쇼 프로 베끼기는 오래된 관행"이라면서 "언제든지 당사자가 소송을 걸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의 모 대학 교수는 "EBS가 열악한 상황에서 방송제작을 하는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일부 PD가 돈을 받고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을 유출하는 등 전박적으로 조직 자체가 느슨해진 느낌"이라며 "구조개혁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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