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통령의 이발사' 김일신씨 등 12명 '대한민국 명장' 선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통령의 이발사' 김일신씨 등 12명 '대한민국 명장' 선정

입력
2009.08.10 23:46
0 0

"다시 태어나도 꼭 이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매달리다 보니 명장이 됐네요."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10일 선정한 2009년 대한민국 명장 12명 중에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내 낙원이용원 대표 김일신(64)씨 등 이용과 항암배추개발, 피아노 조율 등에서 명장의 반열에 오른 3인이 돋보인다.

초등학교 졸업 후 이용원에 취직해 한국이용사회 중앙회장까지 역임한 김씨는 이용업계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유명하다. 7남매의 극빈가에 태어나 입 하나 덜기 위해 숙식 제공에 기술까지 가르쳐준다는 울산의 한 이발소에 취직한 게 가위를 잡게 된 사연.

열 다섯 어린 소년은 손님들 머리 감겨줄 물을 긷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2㎞ 가까운 산 속 샘터로 하루 열 차례 이상 왔다 갔다 하며 기술을 익혔고, 그 결과 입문 11년 만인 1971년 부산 극동호텔이용원 대표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산에 내려올 때면 항상 그에게 머리를 맡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산 유세 때도 이발을 담당했다. 김씨는 "이용은 생활 속의 살아있는 예술"이라며 "아직도 이용이라는 직업을 신앙처럼 믿고 있는 게 명장이 된 비결"이라고 말했다.

"밥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생활 수준이면 다같이 더불어 살아야 된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보육원생,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등 지금까지 750회 이상의 사회봉사활동을 했다.

종자부문 국가자격시험 4개에 모두 합격, 한국 유일의 그랜드슬램 달성 기록을 보유한 종자 개발 기능인 박동복(55)씨는 270종의 신품종을 육성, 25품종을 특허 등록한 공로로 명장이 됐다.

세계 최초로 항암성분인 베타카로틴이 일반 배추보다 47.8배 많은 '항암쌈배추'를 개발해 일본에 수출했고, 식후 혈당상승을 억제하는 물질인 AGI를 다량 함유한 기능성 고추품종 '당조고추'를 육성해 2008 대한민국농업과학기술대전에서 대상인 산업포장을 받았다.

1985년 국제그룹이 해체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그는 종자회사에 재취업하면서 육종(育種)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우연히 시작한 일인데, 하다 보니 저와 너무 잘 맞았어요. 일을 할수록 평생 열정을 바쳐도 조금도 후회 없겠다, 세계적인 품종을 꼭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죠."

그는 "농업의 미래는 기능성 농작물에 있다"며 "농가 소득 증대와 외화 획득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기능성 품종들을 통해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노조율사 유구영(68)씨는 48년간 피아노를 매만지며 연마한 기술과 불모지나 다름없던 조율 업계의 기반을 다진 공로를 인정받아 명장에 선정됐다.

1961년 친구 따라 피아노 공장에 취직해 피아노와 인연을 맺은 그는 30년간 숙명여대 전속 조율사로 활동해왔으며, 국립중앙극장과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조율사로도 일했다. 특히 피아노 조율에 필요한 조율공구 12종을 개발하고,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를 설립해 업계 발전에 이바지했다.

유씨는 "어떤 피아노든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져왔다"며 "피아노 조율이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닌 만큼 돈에 대한 욕심보다는 장인정신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생산기계 분야에 이상배(49), 치공구설계에 이재두(49), 시계수리 최창묵(54), 용접 김양호(47), 스포츠 패션 디자인 장일남(53), 목공예 기영락(52), 석공예 백남정(46), 자수공예 송현경(64), 제과 안창현(50)씨 등 모두 12명이 선정됐다.

명장들에게는 명장증서와 휘장, 일시장려금 2,000만원이 수여되며, 매년 95만~258만원의 기능장려금과 해외산업시찰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박선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