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번역원의 소식지에서 예비 번역가의 인터뷰 기사를 읽는다. 한국 문학과 문화를 고국에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며 활짝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한국 문학이 외국어로 번역되는 일이 많아졌다. 물론 한국어로 번역된 외국 문학의 수에는 비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몇 년 전 한 모임에서 만난 분은 우리 문학의 번역과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았다. '맛이 그만이야'라는 문장을 대체 어떻게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할 거냐고 난감해하며 한국인과 외국인의 2인 1조를 대안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 반대의 경우, 외국 문학을 우리말로 번역할 경우에도 종종 편집자들은 좌절한다. 우리 글과 전공어 실력이 모두 뛰어난 번역가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 년 이상 기다려야 차례가 오는데 시의성이 중요한 오늘날의 경우 출간을 일 년 뒤로 미루는 것에도 무리가 따른다.
번역 원고의 윤문 과정도 만만치 않다. 엘레강스와 그레이스, 디그니티(dignity) 같은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뜻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우아하다, 기품있다. 아름답다로밖에는 표현되지 않는다. 편집자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한 역자가 번역에 열중한 나머지 '호리병'을 '호리 식(sick)'으로 번역했다는, 물론 우스갯소리겠지만 이처럼 우리 번역의 현 상황을 꼬집는 말도 없는 듯하다. 보다 전폭적이 지원이 있기를.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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