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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빈국 레소토, '핏빛 청바지'… 염색약품 등 불법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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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빈국 레소토, '핏빛 청바지'… 염색약품 등 불법투기

입력
2009.08.1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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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 둘러 쌓인 아프리카 내륙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레소토. 이곳의 수도인 마세루 외곽지역이 미 유명 청바지 브랜드 갭(GAP)과 리바이스 공장이 들어선 이후 극심한 오염으로 저주받은 도시가 되고 있다. 1일 영국 시사주간지 '선데이 타임스'의 심층 보도로 드러난 이곳의 실상이 미 CBS 방송 등 다른 유력 언론들을 통해 전파되면서 충격은 커지고 있다. 이 언론들은 '재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청바지를 만드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 폐기물로 인해 레소토의 토지와 강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강은 청바지를 염색하는 화학물질이 그대로 흘러 들어가 짙은 군청색으로 변한 지 오래다. '청바지 빛 강물'이 된 것이다. 강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식수로도 쓰고 목욕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했지만 이젠 썩은 냄새로 진동한다.

그래도 변변한 수도 시설이 없는 주민들은 여전히 강물을 식수로 쓰고 있다. 강 뿐만 아니라 토지도 매일 수십톤의 화학 쓰레기들이 불법으로 버려지면서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CBS뉴스는 8일 "미국 청바지 공장이 아프리카의 작은 국가 레소토에 저주를 불러왔다"고 전했다.

매일 배출되는 엄청난 쓰레기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불로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도 문제다.이 곳을 온 종일 뒤덮고 있는 연기와 유독 가스는 주변 주민들에게 폐질환이나 피부질환을 안겼다. 또 쓰레기 더미 속에는 유해 화학약품 외에 의류용 면도칼, 바늘 등이 섞여 있어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위험이다.

그렇지만 이 곳 사람들이 쓰레기를 뒤져 살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이다. 총 인구 210여만명 중 30%가 에이즈에 감염된 이 나라에서 폐기물을 뒤져 연명하는 이들은 주로 10세 안팎의 어린이들이다. 어머니가 에이즈에 걸린 한 여자 아이는 "쓰레기에서 연료가 될 만한 것을 이웃에 판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환경운동가 존 바우스카는 "땅과 대기, 물 모든 것이 오염되고 있는데도 서방 기업들은 아프리카를 돕고 있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실상이 보도되자 갭과 리바이스 관계자들은 "면밀히 조사해 모든 것이 적절하게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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