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삐여 삐요 삐요 삐요 삐
한 마리 새의 울음소리에 깨어난 바람이 꿈틀거리자 어둠이 ‘움찔’ 몸을 뒤채니 산등성이 너머의 빛이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서서히 그러나 빠르게 밝아지는 세상으로 새들의 노래가 퍼져나간다
쌔쌔쌔쌔
쌔쓰 쌔쓰 쌔쓰 쌔쓰
삐에 삐에 삐에 삐에 삐에
삐에 삐에 삐에 삐에 삐에
산과 하늘 사이를 울림으로 ‘둥둥’ 부풀리고 부풀리는 새들
● 세상에나, 새 울음소리를 이렇게 진하게 표현한 시가 있다니! 의성어의 세계 안으로 들어간 시 속에 풍겨나오는 저 힘찬 아름다움! 두번이나 느낌표가 들어간 문장을 쓰다보니 조금은 내가 호들갑을 부렸나 싶다.
내가 사는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도 일출이 올 무렵, 새들은 노래한다. 새소리와 함께 깨어나 새벽에 떠오르는 해를 볼 때 ‘산과 하늘 사이를 울림으로’ 부풀리는 저 새들을 들으면서 일출을 맞이하는 참한 노래를 나 한번이라도 불러본 적이 있나 싶다.
자연의 밤과 새벽 사이,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지구는 자전과 공전의 규칙을 유지하며 저 먼 태양은 수많은 빛의 갈기를 조금씩 천천히 편다. 이윽고 지구가 다른 쪽으로 걸음을 뗄 때, 그리고 태양도 빛의 갈기를 접을 때 새들은 벌써 지구가 태양 편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돌아오는 낌새를 눈치채자마자 노래한다. 저 위의 시처럼 아름다운 소리로.
허수경ㆍ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