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각종 진입규제 정비에 나서면서, 제2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이 밀집해 있는 미용실이나 안경원 시장에 기업 진출이 허용될 경우, SSM 못지않은 격렬한 저항이 예상된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진입규제 개선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재홍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그 동안 면허증이 있는 개인에 한해 1개 업소만 개설이 허용됐던 이ㆍ미용실 및 안경원 시장에 법인(기업)의 진입을 허용하고, 여러 개 지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반면 가격은 낮출 수 있어 결국엔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 내용 및 KDI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진입규제 개선을 추진 중인 공정위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구조를 왜곡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이번 기회에 대폭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SM의 골목상권 진입을 둘러싼 갈등 해소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분쟁의 불씨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한웅 충청대 피부미용학부 교수는 "이ㆍ미용업계의 공급이 이미 과잉 상태인데, 추가적인 공급이 이뤄진다고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다"며 "자본력이 떨어지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도 거세다. 대한안경사협회는 홈페이지에 띄운 '회원 여러분, 집결합시다'라는 팝업 광고에서 "안경사의 업권을 짓밟는 법인 안경원 개설 허용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된다"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결국엔 대기업들에게 다 넘겨 주는 것이 규제 완화고 경제 살리기냐"는 격앙된 반응도 빗발쳤다.
하지만 기업들의 진출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한 미용사는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지금 대다수 미용사들은 노력의 대가를 찾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어찌 보면 기업형 미용실이 등장하면 미용사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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