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그때가 떠오른다. 물레란 물레는 모두 찾아 없애는 ‘잠자는 미녀’에서처럼 시계란 시계는 모두 찾아 한 시간 앞당겨 놓느라 난리가 났다. 비몽사몽 일어났는데 조간을 주워오던 아버지가 왜 벌써 일어났냐고 물었다.
모든 시계를 다 돌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만 아버지의 시계를 빠뜨린 것이다. 모든 이야기는 꼭 그렇게 시작된다. 그 며칠 전 서머타임제로 방송을 탔기 때문에 투덜댈 처지도 아니었다. 회사로 한 방송사의 카메라가 들이닥쳤는데 나는 마치 서머타임제를 기다려온 사람처럼 밝은 목소리로 남는 한 시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몇 초 내 얼굴이 아침 방송을 탔고 밥 먹다 알아봤다는 이들의 전화도 받고 실물보다 못한 화면 발에 대한 평도 들었다. 그날은 두 다리가 영 무거웠다. 출출하지도 않는데 점심 식사를 했다. 퇴근 시간이 되었지만 말단 여직원이 정시에 퇴근할 수는 없었다. 상사들 눈치를 보다 그 금쪽 같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서머타임제 실시 첫날도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었다. 마치 학교 행사에 동원되어 태극기를 흔들다 온 기분이었다. 그때 하겠다고 한 일들은 지금까지도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다. 서머타임제 때문에 좋았던 날이 딱 하루 있었다. 서머타임제가 해지되던 마지막 날, 한 시간 더 이불 속에서 꾸물대던 그 기분이라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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