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에 경기회복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지만, 해운업계는 여전히 한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동량이 소폭 늘긴 했지만, 환율 하락과 낮은 운임 탓에 수익성 회복이 요원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업종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던 전자업종이나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낸 자동차업종 등과는 달리, 최악의 실적을 내놓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낮은 운임과 환율 하락. 세계적인 대형 선사마저도 물동량 감소 등을 이유로 그간 지속적으로 운임을 내린 탓에 사실상 '출혈 운항'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해운업계가 8월 들어 유럽노선 등을 중심으로 일부 운임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 회복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분기 한때 1,500원을 넘어섰던 원ㆍ달러 환율은 최근 1,200원에 바짝 다가서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물동량의 경우, 건화물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을 비롯해 탱커선과 컨테이너선 등 전 분야에 걸쳐 눈에 띄게 회복되진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업황은 실적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이 7일 2분기 2,8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는 작년 동기 흑자(1,029억원)의 두 배를 휠씬 웃도는 규모다.
아울러 내주 실적을 내놓을 현대상선은 1,330억원, STX팬오션이 85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대한해운도 1,320억원의 영업손실이 점쳐진다.
문제는 하반기 업황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비가 회복되면서 물동량이 다소 늘 가능성이 있으나, 선박 역시 동반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 하반기 시장에 나올 컨테이너선의 선적 용량은 105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올 상반기 공급물량(59만5,000TEU)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선주들이 과거 경기 호황 때 주문했던 선박들이 2~3년의 건조 과정을 거쳐 경기 침체기에 해운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울한 시황 전망 탓에 국내 해운업사들은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상반기에만 회사채 발행을 통해 각각 8,000억원을 조달했고, 벌크선이 주력이라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STX팬오션도 5,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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