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 드라마 '선덕여왕'은 '사람 얻기'에 대한 드라마다. 진흥왕(이순재)은 왕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람'이라 말하고, 미실(고현정)은 원하는 사람은 모두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한다. 미실에 대적하는 천명(박예진)도 유신(엄태웅)과 덕만(이요원)에게 "내 사람이 되겠느냐"고 물으며 정치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미실과 천명이 사람을 얻는 방식은 다르다. 미실은 '배제'와 '포기'의 논리를 앞세운다. 쓸모가 있으면 칠숙(안길강)처럼 잃어버린 시력까지 되찾아줄 만큼 모든 것을 다 주지만, 자신의 정적은 유신의 아버지 사현(정성모)처럼 가문을 멸망의 위기에 빠뜨릴 만큼 압박한다.
내 편이 되면 행복, 그렇지 않으면 고통이다. 아니면 미실이 덕만과 천명에게 종용하는 것처럼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 내 편이 되라. 아니면 포기하는 게 편하다. 그게 미실이다.
반면 천명과 덕만은 '공존'과 '희망'으로 사람을 설득한다. 백제와의 전쟁에서 신라군은 건강한 군인을 위해 부상병을 죽이며 후퇴한다. 하지만 덕만은 이를 거부하고 부상병을 모두 데려간다. 덕만과 천명은 이익이 안 되는 사람도 끌어안는다.
물론 그것은 힘들다. 그러나 덕만은 어린 시절 기우제를 지내도 비가 오지 않자 땅이라도 파서 물을 얻으려 했다. '선덕여왕'에서 희망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권력에 가까운 사람만이 아닌 모두를 살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덕여왕'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타인을 배제하고 나만 잘 살 것인가. 힘들어도 희망을 갖고 함께 잘 살 길을 찾을 것인가. 물론 개인으로서는 미실을 따라 혼자 잘 사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선덕여왕'은 미실의 입을 빌어 한마디 한다. "백성은 언제나 힘들게 살았다"고. 미실의 세계에 편입되는 것은 성골 같은 한 줌의 귀족들 뿐이다. 그리고 그들도 미실의 마음을 잃으면 권력에서 배제된다.
'선덕여왕'은 '사람'의 중요성을 물으며 주인공 한 사람의 영웅성만을 강조하던 많은 영웅 사극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한 인간의 철학, 이 시대 국가의 통치 철학을 묻는 경지에까지 접근한다.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성골에 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인가. 모두를 끌어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 움직일 것인가. 물론 포기하면 편하다. 하지만 포기하면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미래나 힘들게 살아야 한다. 하늘에서 언제 비가 내릴지만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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