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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화폐개혁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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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화폐개혁을 준비하자

입력
2009.08.1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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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는 상품가치의 계산 단위로 사용된다. 미국인들은 달러로 계산하고, 일본인들은 엔으로 계산한다. 우리는 물론 우리 돈인 원으로 계산한다. 쌀 한 가마에 10만원이라고 하면 개략적인 환율로 계산해서 미국에서는 1,000달러이고 일본에서는 1만 엔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는 그 단위가 훨씬 크다. 단위가 크면 계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은 뻔하다. 반대로 좋은 점은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원화 계산단위 빨리 낮춰야

그렇다면 우리도 계산단위를 좀 간단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없을 리가 없다. 1953년에는 100원을 1환으로 바꾸면서 계산단위를 간단하게 만들었고, 1962년에는 10환을 1원으로 다시 바꾸어 계산단위를 또 다시 간단하게 만들었다. 이를 화폐개혁, 영어로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주로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을 때 사용되는 꺼림칙한 경제정책이다. 우리나라도 그랬고 다른 나라도 그랬다. 단순히 계산단위를 바꾼다는 것 이외에 다른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책 이후의 여파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폐개혁은 매우 조심스러운 정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계산단위가 너무 크면 이를 무한정 방치해 둘 수도 없다. 우리는 1962년의 화폐개혁 이후 경제규모도 엄청나게 커지고 화폐가치도 많이 떨어졌다. 그 기간에 인플레이션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화폐계산 단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커져 버렸다. 이 점은 우리가 외국여행을 다녀 보면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외국 돈을 우리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쉽지 않을 지경이다. 기축통화인 달러와의 환율이 1,200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GDP 1,000조원 시대에 접어 들었다. 1,000조원이면 1 다음에 15개의 동그라미를 그려야 한다. 그 이상의 계산단위는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할 정도이다. 돈도 5만원 짜리까지 출시되었다. 동그라미가 너무 많아 사용할 때마다 조심스럽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100만원은 수시로 거래되는 화폐 단위가 되었다. 동그라미 세 개는 주로 생략하고 표시할 정도이다. 100원 권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100원 짜리 상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경제위기를 맞아 시중에는 돈이 엄청나게 풀렸다. 위기가 수습되고 나면 과도한 유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돈의 계산단위는 또 얼마나 커질지 모른다. 이제 이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막상 닥치고 나서 서두르면 수습 비용이 너무 크다. 지금부터라도 원화의 계산단위를 낮추는 화폐개혁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때 이 문제가 논의되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꼬리를 감추어 버렸다.

계산단위만을 낮추는 화폐개혁은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다. 화폐의 중립성 원리에 의하면 완벽하게 예고된 통화단위 변경은 실물 부문에 부작용을 미칠 이유도 없다. 유럽연합(EU)에서는 통화단위를 모두 유로로 바꾸는 화폐개혁도 별 부작용 없이 시행하였다. 잘 시행하면 화폐개혁이 오히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물부분 영향 별로 없을 것

화폐단위를 1,000 대 1이나 100 대 1로 바꾸면 많은 것이 편리해질 수 있다. 소비를 활성화시켜 경기진작을 가져올 효과도 있다. 부작용은 서머타임을 실시하는 것보다 오히려 적을지 모른다. 매년 두 번씩 시간을 바꾸면 그 부작용과 적응 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화폐단위는 한 번 바꾸면 50년 이상 바꾸지 않아도 되니 50년간의 서머타임 비용보다는 적지 않을까.

오늘날과 같이 경제정책의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는 화폐개혁의 부작용도 사전에 예측하여 차단할 수 있다. 이제는 화폐개혁도 공개적으로 연구하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화폐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를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시켜 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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