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5ㆍ전북 전주시)씨는 모기 약 한번 뿌리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달 초순만 해도 모기 때문에 매일 밤 살충제를 잔뜩 뿌리고 전자 모기향까지 켜놓고 잤으나, 최근 모기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기온이 낮고 장마 기간이 길어지면서 '여름철 불청객' 모기들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급증 추세를 보이던 모기가 지난달 중순부터 격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5~11일 전국 39곳에서 잡힌 모기는 3,200여 마리로 예년(2004∼2008년) 평균 보다 29.8% 늘었다.
그러나 같은 달 12~18일에는 1,500여 마리로 예년보다 30% 가까이 줄었고, 19~25일에는 2,000여 마리로 다시 늘었지만 예년에 비해 14%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우가 많았던 전주시는 이달들어 3~4일 채집된 모기는 모두 505마리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모기가 잡혔던 7월 20~21일 1만1,254마리의 5% 이하로 줄었다. 지난해 8월4~5일의 1만8,280마리에 비하면 3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도 7월 중순 이후 모기가 예년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장마가 유난히 길고 집중호우가 자주 쏟아지는 바람에 모기가 서식할 환경이 열악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는 하수구 등 얕은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데 집중호우로 알이 유충이나 번데기로 성장하지 못한 채 통째로 떠내려가는 현상이 흔하다는 뜻이다.
무더위와 열대야가 실종된 여름답지 않은 날씨도 모기에겐 악재나 마찬가지다. 지난 한 달 동안 전주의 낮 최고기온은 평균 29.1도로 지난해 31.8도에 비해 3도 가까이 낮았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모기는 기온이 높을수록 산란주기가 짧아져 개체 수가 급증하고 밤에도 더 늦게까지 활동한다. 그러나 긴 장마와 저온현상 등으로 올 여름은 모기에게는 그야말로 '잔인한 계절'이 된 것이다.
신이현 질병관리본부 매체곤충팀 연구관은 "날씨가 예년과 달리 이상 현상을 보이면서 7월 초순 급증하던 모기가 중순 이후에는 줄고 있다"면서 "다시 예년 기온을 회복하면서 기온이 높아질 경우 모기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 지 있다"고 말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박석원기자 a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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