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영화인문학' 철학자가 한국영화를 만났을 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영화인문학' 철학자가 한국영화를 만났을 때…

입력
2009.08.10 04:44
0 0

김영민 지음 글항아리 발행·352쪽·1만5,000원

인문학과 영화의 만남은 별스럽지 않다. 자크 라캉의 욕망이론을 메스 삼아 현대인의 사고체계를 해부하려 했던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슬로보예 지젝도, 구조주의를 뛰어넘으려 했던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도 학문적 성과를 표현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영화를 애용했다. 대중적 매체이면서도 인간 내면을 탐사할 수 있는 영화의 매력적인 존재론적 가치를 인문학이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과 영화의 만남은 곧잘 대중과의 거리감을 유발해 왔다. ‘탈주’와 ‘욕망’ 등 일상을 벗어나 새롭게 정의된 어려운 철학 용어들이 대중의 시선을 차단시켰다.

철학자인 김영민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교수의 <영화인문학> 은 기존 영화 관련 인문서보다 대중에 가까이 다가서려 한다. 그렇다고 영화 리뷰처럼 만만히 볼 글들로 채워져 있진 않다. 학문적 엄격함과 영화에 대한 개인적 단상을 버무린 글은 간단치 않은 무게감과 통찰력을 함께 제공한다.

김 교수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종교를 통한 용서라는 나르시시즘의 한 단면을 포착하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는 ‘진리라는 것은 아프고 낯설고 기괴한 것이라는 주제의식’을 찾아낸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에서 ‘사랑과 혈연으로 무장한 가족의 배타적 동일성이 주는 이익은 단기적이며 우연적이고 경험적이라는 사실’도 읽는다.

‘밀양’으로 시작해 요절한 천재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까지 지난 30년 사이의 한국영화 27편을 다뤘다. “‘밀양’은 ‘인디아나 존스’ 따위 영화 30개와 바꿀 수 없는 수작”이라는 식으로 각 영화별 감상을 짧게 정리한 글이 눈길을 잡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