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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협상타결 이후/ 개인·실리주의 빠진 '철의 노동자'…연대파업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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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협상타결 이후/ 개인·실리주의 빠진 '철의 노동자'…연대파업 사라져간다

입력
2009.08.1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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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파업이 사라지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노조의 양보로 일단락된 데는 정부와 사측의 ‘원칙’ 고수가 제 1원인으로 꼽히지만, 노동계 내부에선 대기업 완성차 노조에 만연한 개인주의와 실리주의가 이른바 ‘연대투쟁’ 동력을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쌍용차 사태로 인해 ‘임금 실리’에 치중하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개인주의적 경향은 앞으로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산별노조

대형 사업장의 장기파업에는 파업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동종업체 노조의 연대파업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쌍용차 사태에서는 그 같은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쌍용차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총파업을 선언하고 쌍용차 노조 지지 결의대회 등 연대투쟁을 벌였지만, 현대차 등 핵심 사업장은 거의 빠진 채 부분파업에 그쳤다.

현대차지부는 내부 갈등과 임금 및 단체 협상 진행을 이유로 동조파업안을 부결시켰고, 민주노총의 총파업 카드는 기아, 대우 등 완성차 노조의 휴가철과 겹쳐 무색해졌다. 완성차 4사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쌍용차 노조가 금속노조의 실질적 도움 없이 홀로 싸운 형국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쌍용차 사태에서 동종 완성차 노조가 보여준 연대는 부끄러운 수준이었다”며 “완성차와 부품차 노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조 간의 격차와 인식 차이가 너무 커져 산별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노조 위주였던 금속노조는 2006년 9월 대기업 완성차 노조가 들어오면서 15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가 됐지만, 연대투쟁은 기업별 노조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분위기는 KT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이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한 노조원은 “쌍용차 노조의 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내가 잘리는 것도 아닌데 누가 연대파업에 가담하겠냐”고 말했다.

고용안전망 강화 없인 연대도 없어

이 같은 현상은 노조 운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쟁 만능의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 소득이나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고용안전망이 몹시 취약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는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 위주로 운동을 몰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

더군다나 동종 기업은 본질적으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노조로서는 ‘내 문제 외에는 나 몰라라’하기 쉽다. 쌍용차가 파업으로 생산 중단되면 경쟁 업체로서는 경영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노조원들에 대한 고용조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상호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은 “산별노조는 단위 사업장에서 풀 수 없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초기업적 단위인데, 현재는 실질적인 역할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고용안전협약이나 고용 기금 지원 프로그램 등 고용안전망을 갖추지 않으면 사실상 연대투쟁은 구호에 그치기 쉽다”고 분석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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