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 동부 대서양과 인접한 알타미라시(市)의 포스코 현지 자동차 강판 공장. 한국에서 수입된 열연강판이 총 길이 3㎞의 12개 공정라인을 거쳐 고급 아연도금강판(CGL)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액체 상태의 아연을 얇은 강판에 입히는 '용융아연도금' 공정. 이 공장의 이진수 생산본부장은 "아연도금 공정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그동안 멕시코는 자동차 강판을 전량 수입했다"며 "공장 가동으로 미주 시장에서 포스코 입지가 강화된 것 만큼, 멕시코 철강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2. 이날 준공식을 위해 알타미라 시내 전역에는 공식 참석자(300명)의 10배가 넘는 규모의 군인과 경찰이 배치됐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기 때문이다. 칼데론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군인ㆍ경찰과 마약 조직의 충돌로 양측에서 이미 1만명 이상이 숨졌고 이날 참석 일정도 마약조직의 테러 가능성 때문에 세차례나 변경됐다. 목숨을 걸고 준공식에 참석한 칼데론 대통령은 축사에서 "포스코 공장은 기술부족으로 병목 상태였던 멕시코 자동차산업의 활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멕시코에 자동차강판 생산공장을 준공하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중미와 더 나아가 유럽시장 공략까지 노리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포스코는 6일 정준양 회장과 칼데론 대통령 등 현지 고위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갖고 연간 40만톤 규모의 아연도금강판 생산시설의 가동을 시작했다.
2년간 2억4,000만달러가 투입된 멕시코 공장은 압연과 도금, 용융아연설비 등 최신설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첨단 공장이다. 24시간 3교대로 운영되는데, 하루 생산되는 코일만 5,000㎜ 길이 500개에 달한다. 생산되는 강판의 두께도 0.4~2.3㎜까지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하다. 공장 관계자는 "생산품의 75% 정도는 자동차 강판을, 25%는 가전용 강판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첫 해외 자동차강판 생산시설인 멕시코 공장은 '글로벌 포스코'를 향한 야심작이기도 하다. 고도의 기술이 투입된 만큼 부가가치도 높아 '철강제품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 강판은 세계 일류 철강업체마다 사활을 거는 분야. 그러나 강판의 수요자인 글로벌 자동차 업체마다 자국의 철강업체와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품질과 가격에서 다른 경쟁자를 압도하지 않는 한 점유율 확대는 쉽지 않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일본의 신일철은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업체와, 아르셀로-미탈은 폴크스바겐이나 푸조 등 유럽 업체와 독과점 성격의 공급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경우 국내 현대ㆍ기아차에만 기댈 수 없어 해외진출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철강업체의 견제를 뚫고 도요타에 강판 납품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포스코는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의 자동차 업체까지 직접 겨냥할 태세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생산한 강판을 현지까지 수송하는 형태였지만, 현지에서 만들어 가공해 팔면 생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준양 회장은 "인도에 건설 예정인 공장까지 완공되면 미주와 유럽 양대 자동차 시장을 공략할 거점이 완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공장을 대서양에 인접한 곳에 만든 것도 장기적으로 북미 시장과 유럽을 동시에 겨냥한 포석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멕시코는 북미지역 소형 자동차의 대표적 생산기지다. 지난해 생산한 210만대 중 77%가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됐는데, 저렴한 인건비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생산의 중심축이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한 북부에서 앨라배마 등 동남부로 내려오고 있다"며 "멕시코 공장 인근 탐피코 항을 이용하면 미국 동남부까지의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알타미라(멕시코)=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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