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성 로비스트가 군 관계자에게 접근, '사랑놀음'을 벌이면서 막대한 액수의 군수계약을 따낸 사건이 적발돼 미 육군이 술렁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7일 미 육군 소령 출신의 기술 감독관 조지 레이몬드(61)와 네트워킹 기술업체의 로비스트 캐서린 캠벨(47ㆍ여)간의 스캔들을 상세히 보도했다. 각각 유부남과 싱글맘인 두 사람은 2004년 처음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고, 캠벨은 레이몬드에게서 얻은 정보로 총 1억9,100만달러(2,340억원)의 군수품 계약을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 봄 하와이에서 개최된 군기술 관련 컨퍼런스에서 처음 만났을 때, 레이몬드는 포트 벨보아 기지에 있는 기술센터에서 일하고 있었고 캠벨은 북버지니아에 있는 EII라는 업체의 로비스트였다.
둘은 자주 만나 포트 벨보아 골프 코스 근처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고, 주말에는 보트여행을 떠났다. 레이몬드는 이메일을 통해 조달 관련 군사 자료와 적정 가격 등을 알려줬다. EII는 캠벨이 일할 때 미군 기술센터로부터 상당한 계약을 따냈지만, 캠벨이 다른 업체로 옮긴 후에는 그 업체가 EII를 제치고 계약을 따냈다.
소문이 무성하자 미군은 2007년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첫 조사에서는 "두 사람의 우정이 일반적 형태는 아니지만, 부적절하다든가 성적인 관계라는 증거가 없다"며 레이몬드에게 윤리 교육 과정만 이수하도록 권고했다. 조사보고서에는 부적절한 로비의 핵심 증거인 이메일에 대한 내용은 빠진 상태였다.
결국 조사 불충분을 이유로 보고서가 반려되면서 재조사가 이루어졌다. 2008년 3월 계약 전문가 린 로벨씨가 새로운 조사관으로 나섰으며, 그는 두 사람이 주고 받은 이메일을 집중 파헤쳐 레이몬드가 연방조달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레이몬드는 강제 전역과 형사소추가 권고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자 지난 7월 자진 퇴역을 선택했다.
레이몬드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조달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넘겨줬고, 잘못됐지만 실수일 뿐"이라며 "우리 둘은 연인 관계가 아니며 캐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캠벨을 두둔했다. 또 동료들이 자신의 성공을 질투해서 모함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퇴역 후 레이몬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이미 유명 업체에 일자리를 구했지만 1차 조사를 담당했던 군 법무관은 조사부실로 해임될 위기에 처하는 등 파문은 계속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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