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마지막까지 버틴 도장2공장 내부는 난민수용소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어지럽게 흩어진 노조원들의 옷가지 등과 코를 찌르는 악취는 77일 동안 비참한 노조원들의 생활을 가늠케 했다.
쌍용차 노사 협상이 타결된 지 하루가 지난 7일 오후. 도장2공장의 7개 출입문 중에서 유일하게 개방된 공장 뒤쪽 입구에 들어서자 약 1.5ｍ 크기의 쇠파이프와 생수통, 부탄가스통 등이 공장 1층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다행히 인화물질로 가득한 시너 탱크와 페인트 탱크 등 설비시설 주변을 제외한 통로에만 노조원들이 잠자리로 사용하던 돗자리와 생활용품들이 깔려 있었다. 사방에 도료 탱크 등과 로봇 등이 설치된 2층과 3층 벽에는 투쟁구호와 낙서들이 가득했고 특히 오물이 쌓인 화장실 근처에서는 악취가 심했다.
주로 사무실로 이용되던 4층에 올라서자 중앙계단 오른쪽에 ‘무기’ 제조를 하던 공간이 눈에 띄었다. 40㎡ 정도 규모의 이 공간에는 다연발 사제총과 표창, 절단기, 끝을 뾰족하게 간 창 등 갖가지 사제 무기들이 쌓여있었다. 이어 옥상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가자 이번엔 무기보관창고와 식량창고가 보였다.
무기보관창고에는 화염병과 다양한 형태의 볼트총, 가늠자와 가늠쇠까지 있는 다연발 사제총과 석궁 등이 가득했고, 식량창고에는 10㎏와 20㎏짜리 쌀 38포대, 화장지, 라면 6,000여개, 생수 2리터짜리 1,200여개와 0.5 리터짜리 400여개가 보관돼 있었다. 경찰은 화염병 1,539개, 쇠파이프 388개, 죽봉 19개, 볼트초 69개, 휴대용 부탄가스 682개 등 무기류 7,825점을 수거해 감식중이라고 밝혔다.
최후까지 저항하던 옥상에는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한 볼트통, 시너통, 투척용 알루미늄 휠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며 지휘소로 사용한 듯한 천막에는 탈진 방지용 소금통과 소변이 담긴 생수통이 쌓여 있었다.
도장2공장 내부 채증을 맡고 있던 경기경찰청 과학수사팀 관계자는 “많은 식량과 무기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노조원들이 장기전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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