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의'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로 우리나라는 경쟁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보다 한 발 앞서 세계 2위의 거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또 미국 및 EU에 이어 인도와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각 대륙의 주요시장에 거점을 확보, 시장 진출을 가속화 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체결한 FTA에 비해 시장개방 수준이 낮고 관세 철폐 속도가 더딘 만큼 당장은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인도의 생산 및 소비 잠재력을 감안하면 중장기적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주력 수출품 모두 수혜
CEPA가 발효되면 인도는 자동차 부품을 포함해 한국의 대(對) 인도 수출품목 및 수입액 기준으로 85%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게 된다. 품목 수 기준으로 72%는 관세가 철폐되고 13%는 감축된다.
수입액 기준으로는 75%는 8년 이내에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고 10%는 8년 또는 10년에 걸쳐 관세를 감축하게 된다. 개방 수준이 낮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제 발전 단계가 상이한 양국의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인도가 지금까지 체결한 FTA 중에서는 가장 높다는 평가다.
인도의 관세 철폐ㆍ감축 대상에 우리나라의 인도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부품, 철강, 기계, 화학, 전자제품, 석유화학제품, 선박(탱커 화물선), 유ㆍ무선전화기, 신문용지 등 '10대 주력 수출품'이 포함된 것도 이번 협정의 특징이다.
평균 12.5%인 자동차 부품의 관세는 8년 내 절반 이하 수준인 1~5%로 인하돼 인도 현지 점유율 2위의 현대자동차의 내수 및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수출 실적은 없으나 향후 수출 잠재력이 큰 디젤 엔진, 철도용 기관차, 엘리베이터 등도 양허 대상에 포함돼 향후 수혜가 기대된다.
■ 농수산물 분야 영향은 미미
매 FTA마다 논란의 선두에 서던 농림수산 분야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이 분야의 민감성을 인정해 양국 모두 낮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했다. 농산물의 경우 전체 1,451개 품목 중 쌀, 보리,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고추, 마늘, 양파, 감귤, 사과, 배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650개 품목(44.8%)이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산물에서도 냉동갈치, 냉동꽃게, 냉동새우 등 총 407개 중 80개(19.7%)가 양허 대상에서 빠졌고, 합판, 섬유판(MDF), 파티클보드 등 주요 목재류 24개 품목을 양허하지 않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림수산물의 개방 수준을 낮춰 주요 품목이 모두 양허 대상에서 빠진 만큼 국내 농가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도 전문인력 대거 국내 유입
인도에서 컴퓨터 전문가, 엔지니어, 경영컨설턴츠, 기계ㆍ통신 기술자, 자연과학자, 광고전문가, 영어보조교사 등 163개 분야에서 외국 전문인력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우리 인력이 인도에 진출하게 되는 등 서비스 전문직 인력이 상호 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IT분야에서 세계적 인력 풀을 자랑하는 인도인지라, 이들 인력이 대거 국내 유입될 경우 우리나라 토종 전문가들이 설 땅이 비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영어 보조교사의 경우 '토플 몇 점 이상' 식으로 인도의 인력이 국내로 과도하게 밀려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분야 개방도 논의 됐지만 국민 건강 문제와 직결돼 제외됐다.
이 밖에 외국 전문인력이 필요한 분야 통신, 회계, 건축, 부동산, 에너지유통 등 사업서비스 분야를 비롯해 건설, 유통(소매 제외), 광고, 오락문화 및 운송서비스 시장까지도 폭 넓게 개방된다. 또 금융서비스 분야에서는 인도가 협정 발효 이후 4년간 최대 10개까지 인도에 우리나라의 은행 지점 설치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 투자 자유화
이번 협정에서 인도는 자국 FTA 사상 처음으로 '네거티브 방식'의 자유화에 나서 투자 분야에서도 높은 수준의 개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네거티브 방식의 투자 개방이란 개방을 허용하지 않는 분야만 명시하고 그 외의 모든 분야는 원칙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다. 인도는 농업, 어업, 광업 등 1차산업 분야를 제외하고 음식료품 의류, 목재, 금속제품, 기계, 자동차, 전기기계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한국 기업의 투자를 허용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 인도에 진출한 한국투자자의 보호장치도 마련됐다. 또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양국은 시청각 콘텐츠, 에너지, 정보통신기술, 과학기술, 정부조달 등 13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발효 시점은 내년 1월 1일. 이를 위해 정부는 9월 정기 국회에서 비준ㆍ동의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CEPA)
한국과 인도가 체결하게 된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은 명칭이 상당히 낯설다. 상품 교역, 서비스 교역, 투자 등 실질적인 내용 면에서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과 다름 없지만, 표현 자체가 시장 개방보다는 경제 협력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나라가 FTA 대신 CEPA라는 용어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인도 국민들의 자유무역에 대한 적잖은 반발 때문. 지금까지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었던 인도로선 FTA보다 완곡한 표현을 통해 자국 내 거부감을 해소하려고 했다는 관측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