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며 경기회복의 효자로 꼽혀온 중국 은행대출 관행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중국 금융거래 역대사상 최고 금액인 48억위안(약 8,589억1,200만원)규모의 천문학적 불법대출 사기사건이 터지면서 중국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은행 신규대출 규모가 7조3,700억위안을 넘어섰으며, 이 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이 부동산과 증시에 불법으로 유입됐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라 파장이 더욱 컸다. 중국당국은 뒤늦게 은행들에 대한 부실ㆍ불법 신규대출 관행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나섰다.
6일 중국 진롱시바오(金融時報)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홍콩에 본사를 두고 영국증권거래소 AIM에 상장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광둥즈디(廣東置地)의 전임회장 왕셩(王勝)은 2007년 중국 국영은행인 교통은행 광저우지점으로부터 48억위안의 불법대출을 받아 이를 사적으로 유용하다 은행 감사에 적발돼 광저우시 검찰에 기소됐다. 왕씨는 지난해 8월 검찰수사를 앞두고 도주했다가 검거됐다.
왕씨와 불법대출을 위해 허위문서를 만든 은행 고위층임원은 지난주 1차 비공개 재판을 받았고, 불법대출을 눈감아준 광저우지행장 류창밍(劉昌明)은 현재 해외 도피중이다. 검찰은 왕씨가 불법으로 대출 받은 총 98억위안의 자금 가운데 52억위안을 회수했다.
이번 사기 금액은 중국 역대 금융사기사건 가운데 최고 기록으로 지금까지의 대출사기 최고액의 3배에 달한다. 광둥즈디의 토니 나이트 신임회장은 "왕씨가 지난해말 체포되기 전까지 전체 불법대출 규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며 "이번사건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요청에 시달리고있다"고 말했다. 교통은행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부 사안을 밝힐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출 관련 부서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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