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이어 만찬까지 주재해 건재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뇌 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가 재기했지만 이후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에서 공개된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몸과 얼굴이 매우 수척해져 있어 건강 이상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중병 때문에 올해 1월 셋째 아들인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는 지난달 '김 위원장의 건강이 계속 악화해 앞으로 1년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면담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건강은 크게 이상이 없어 보였다. 웃는 표정이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모습,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 등에서 중환자의 모습은 없었다. 최소 2, 3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식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한 셈이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김영수 한양대 신경외과 교수는 "거동이 약간 불편한 듯하지만 전체적인 건강에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며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재활 훈련을 통해 1년 안에 김 위원장 정도로 활동하는 사람이 국내에도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현재 앓고 있는 당뇨가 급격히 악화하거나 뇌경색 심근경색 등으로 급사할 가능성은 정상인에 비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한영 건국대 신경과 교수는 "몸의 왼쪽 부분이 불편하지만 대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봐서 대뇌보다는 뇌간 일부의 경색일 확률이 높다"며 "판단 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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