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자력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_Ⅰ)에서 러시아가 발견한 문제점은 엔진 보조 펌프 이상 작동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당국은 문제가 해결된 후 러시아와 발사 일정을 다시 정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발사 예정일인 11일은 물론, 예비일인 18일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문제점이 통보되기까지 러시아가 보여 준 일방적 자세와 비밀주의적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6일 “러시아의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발견된 기술적 이슈는 보조 펌프의 회전수가 짧은 시간 기준보다 높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보조 펌프는 액체산소를 공급하는 메인 펌프의 압력이 갑자기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압력을 일정 수준으로 제어하는 부품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그러나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실제 발사에서 보조 펌프의 이상 작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또한 지난달 30일 러시아가 연소시험 성공을 통보한 지 3일 만에 “기술적 이슈가 있다”고 결과를 뒤집은 것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명확히 점검한다는 차원에서 러시아 기술진이 재검토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당초 러시아 기술진은 예정 시간 내내 정상적으로 연소가 진행돼 실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판단했으나 정밀 검토 과정에서 보조 펌프 회전수가 높게 나타난 것을 발견해 측정센서 오류 때문인지, 펌프 자체의 문제인지 확인키로 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러시아에게서 통보받기는 했지만 1차 고지 후 사흘이 걸렸다. 이마저도 발사체 개발업체인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한 번에 알려준 게 아니고 러시아 기술진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겨우 확인해 낸 것이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향후 기술적 문제가 재발했을 때도 수일에 걸쳐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를 또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로호 개발비를 부담하는 고객에 대해 있을 수 없는 푸대접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입한 발사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판매자가 신속하게 문제를 설명하는 게 옳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수년간 나로호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 A씨는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발사체 기술이 군사기밀이기는 하나 문제가 발생한 부분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 정도는 바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일방적으로 문제를 숨기려는 듯한 러시아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2006년 10월 ‘한ㆍ러 우주기술보호협정’을 체결하고도 국회 비준을 수개월 간 미뤘고, 2008년에는 발사 예정일을 4개월여 앞두고 발사대 성능 시험 항목을 99개에서 348개로 늘리는 등 일방적 행동을 반복해 왔다. 이 때마다 한국은 러시아의 입장을 수용해 여섯 차례나 발사를 미뤘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美, 한국에 기술협조 소극적"
한국의 나로호 발사에 대해 일부 일본 언론은 미국이 기술협조에 소극적이었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최근 한국의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 세계에서 10번째로 자국에서 자력으로 제작한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나라가 된다면서도 로켓 발사가 북한을 자극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복잡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나로호 1단 추진체를 러시아와 공동개발하는 등 한국이 러시아에 의존해온 점 등을 들며 북한을 의식한 미국의 협력을 얻지 못한 결과로 보는 관계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에서는 보수 국회의원과 군 관계자들이 500~600㎞ 사정 거리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케이(産經)신문도 나로호 개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용 가능성이 있어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한 미국이 기술 제공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로켓 발사가 북한의 반발을 부를 것이 확실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므로 문제 삼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외무성 당국자는 6일 나로호 발사와 관련해 “개발 과정에 이용된 러시아 기술, 발사 이후 비행 경로 등을 모두 한국 정부로부터 정식 통보 받았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문제 삼을 가능성에 대해 “한국은 기본적으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유엔에서 발사를 중단토록 요구 받지도 않았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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