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폭염이 시작되는 8월 첫 주. 하지만 올해는 마치 가을이 한달 일찍 찾아온 것처럼 선선하다. 수십 년만의 긴 장마와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머무는 차가운 고기압, 때맞춰 나타난 태풍 등 삼박자가 어울려 올해는 '무더위를 잊은 여름'이 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8호 태풍 '모라꼿'(Morakotㆍ태국어로 에머랄드)이 6일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부근 해상에서 중국 푸저우 방향으로 북서진하고 있다. 이 태풍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는 6일 밤부터 이틀간 최대 6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토요일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도 있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비록 모라꼿이 우리나라와는 먼 곳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이 태풍에서 나오는 많은 수증기가 비교적 우리나라와 가까운 북쪽에 집중되고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장마가 끝나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던 본격적인 무더위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남부지방의 경우 29년 만에, 제주의 경우 11년 만에 최장기간으로 기록된 올해 장마는 지난 월요일(3일) 끝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애초엔 7월 더위를 식혀준 이번 장마가 끝나면 8월엔 예년의 폭염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장마 종료에 맞춰 때마침 발생한 태풍이 결국 8월 초 무더위까지 앗아가 버렸다.
모라꼿에 의한 비는 이번 주말 그칠 예정이지만, 다음 주 중반에도 기압골의 영향으로 이틀 정도 비가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또 다음달까지 모라꼿과 같은 태풍이 2, 3개 정도 더 발생해 우리나라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 여름은 예년과 달리 큰 폭염 없이 지나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은 "가장 무더워야 할 8월 초ㆍ중순이 이렇게 지나가버리면 올 여름엔 예년과 같은 폭염을 보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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