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모든 갈등은 가족에서 비롯됩니다. 그 해결책을 가족 안에서 찾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마모루(細田守)가 신작 '썸머 워즈'의 개봉(13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호소다 감독은 일본에서 세계적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와 다카하타 이사오(高畑勳) 등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호소다 감독은 시간여행이라는 SF 소재에 첫 사랑의 설렘을 병치 시킨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 한국 극장 6곳에서 개봉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당시 6만명을 모으며 작은 돌풍을 일으켰다.
'썸머 워즈'는 시골의 한 대가족이 집안 갈등을 겪은 뒤 사이버 공간 속 해킹이 초래한 세계적 위험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날로그적 정서와 첨단 디지털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이야기 전개가 독창적이고, 수작업으로 담아낸 맑은 색채의 전원 풍경이 매력적이다.
'가족끼리 식사를 함께 하라'는 할머니의 유서 등에선 전통에 대한 강한 동경이 배어난다. 호소다 감독은 "가족이 지닌 생기와 힘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요즘 일본 도시 사람들은 혼자 살고 혼자 밥을 먹는데 그것이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라고도 말했다.
첨단 컴퓨터 그래픽을 앞세운 할리우드의 3D애니메이션이 세계적 대세로 자리잡고 있지만, 그는 "수작업에 기반을 둔 셀애니메이션의 힘을 여전히 믿는다"고 했다. "전세계 미술역사를 되돌아봐도 손으로 그린 그림은 역사에 길이길이 남는다"는 이유에서다. "셀애니메이션은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셀애니메이션을 만들 것입니다."
호소다 감독은 "봉준호 감독은 전세계인이 공감할만한 가치관과 미의식을 표현해내는 재능 있는 감독"이라며 "그의 모든 작품을 좋아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살인의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며 손바닥으로 팔뚝을 연신 문질렀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