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은 그 동안 수능 점수 등에 따른 '한 줄 세우기'의 획일적 전형 방식을 통해 학생을 선발해 왔다. 이런 입시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도는 성적뿐 아니라 개인의 소질과 잠재력, 경험, 성장 환경, 성취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이를 통해 대학은 보다 창의적이고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 수험생도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난다. 또 고교 특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이 활성화돼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 기대된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100%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열풍을 단숨에 잠재울 수는 없다. 학부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녀를 지원하여 우수한 대학에 입학시키려고 애쓸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각에서는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입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비책처럼 곡해하는 듯하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학생부의 교과영역을 비교과 영역과 연관시켜 잠재력이 있고 전공 적성이 있으면 비록 교과영역 성적이 약간 낮더라도 합격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이다. 이 점을 간과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이 단순히 지원자의 다양한 경험만을 통해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처럼 잘못된 정보가 나돌아 사교육 시장이 이러한 '경험 만들기'를 조장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혼란을 잠재우는 과제는 무엇보다 대학의 몫이다. 대학은 인재 선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함께 과감한 투자를 하여야 한다. 우리 대학은 어떤 대학이고, 어떤 분야를 특성화하고 있으며, 향후 어디로 갈지 대학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을 도출하고, 여기에 맞는 학생선발의 기준을 정해 공표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교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여도 충분하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학생부를 기본으로 수험생의 다양한 학교 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며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였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가 요구되며, 전형자료는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등 학교에서 준비할 수 있는 자료로 제한하여 사교육 시장이 끼어 들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입학사정관제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사교육비 등 중등교육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대학이 극소수라고 여기는 때문에 매년 60여 만 명의 수험생이 2만 여명을 선발하는 몇 개 대학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내 아이 혹은 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딱 맞는 특성화 명문대학을 더 키워내 대학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면 지금과 같은 쏠림 현상을 분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부는 더욱 과감한 제도적 뒷받침과 투자로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고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병행해 점진적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한다면 "논술과 시험 없이 100% 면담만으로 대학에 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대통령의 공약 내지 예언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문흥안 건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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