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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한국기업의 성공 DNA] <5> 하이브리드차 레이스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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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한국기업의 성공 DNA] <5> 하이브리드차 레이스가 시작됐다

입력
2009.08.0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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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가을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의 하이브리드 개발실장인 이기상 상무는 도요타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하이브리드차의 기술과 부품을 제공할 테니, 어렵게 기술 개발하지 말고 로열티를 내고 기술을 사가는 것이 어떠냐"는 내용이었다.

하이브리드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도요타의 제안은 너무나 달콤했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혼자 결정내리기 힘든 사안. 이 상무는 곧장 경영진에 보고를 하고 실무자들과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결론은 '독자 개발'로 모아졌다. 경쟁자의 도움을 받아서는 세계 1위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상무는 "기술제휴를 하면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며 "독자 개발을 결정하고 나서도 투자 비용과 시간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현대차는 곧바로 하이브리차 개발에 나선다. 그때가 2005년 초. 담당 연구원들은 30명 남짓이었다. 연구개발이 궤도에 오르면서 인력이 300명으로 늘긴 했지만, 2,000여명이 넘는 도요타에 비하면 10% 수준이었다.

이 정도 규모로는 하이브리드차는커녕 부품 하나도 개발하기 힘든 상황. 이 상무는 "임원이고 말단 연구원이고 구별이 없었다.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야근과 휴일 근무를 되풀이했다"고 회고했다.

현대차 역시 출발은 가솔린 하이브리드였다. 내부적으로 "하이브리드차 후발주자로 경쟁차와 동등한 수준의 차량을 출시할 경우 과연 누가 주목해줄까"라는 의문이 터져 나왔다.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액화석유가스(LPG)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국형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계 최초 LPi(액화가스 직분사 방식) 하이브리드차는 이렇게 탄생했다.

방향은 잡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LPi 하이브리차 개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배터리 개발 문제였다. 현대기아차가 2000년대 중반 베르나 및 프라이드 연구용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때 사용하던 배터리는 일본업체의 니켈수소(NI-MH) 제품이었다. 이 업체는 도요타 혼다 등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어 현대기아차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기술협의를 갖자고 제안해도 "기술자를 파견할 수 없으니 차를 보내면 자신들이 알아서 맞추겠다"고 튕기기 일쑤였다. 도요타의 은근한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 나왔지만 확인할 수는 없는 일. 이 상무는 "속이 타는 심정이었지만 은근한 일본의 견제에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은 LG화학이었다. 때마침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차량용 배터리는 LG화학 역시 처음이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공급받는 문제가 진척되자 일본 관련 업체들의 유혹이 다시 재연됐다.

일본의 한 배터리업체는 "도요타조차 포기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애쓰지 말고 니켈수소 배터리를 쓰라"고 제안했다. 이 업체는 한술 더 떠 "일주일 내 계약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배를 얹어줘도 팔지 않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럴수록 독자 개발에 대한 의지는 더욱 커져 만 갔다. 연구원들은 LG화학이 있는 대덕과 경기 화성에 위치한 현대기아차의 남양연구소를 1년 반 가량 매일 오가며 끊임없이 연구하며 배터리 개발에 매달렸다. 결국 GM 등 해외 업체들이 탐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완성했다.

개발 성공이 업계에 알려지자 GM을 비롯한 다른 해외 메이커들로부터 러브콜까지 들어왔다. 얼마 전 협박까지 했던 일본 배터리 업체는 최근 현대차측에 "30% 할인된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해주겠다"는 제안을 역으로 해오기까지 했다. 이번에는 현대차쪽에서 퇴짜를 놨다.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이 끝은 아니었다. 하나의 산을 넘자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기구동 모터 개발이었다. 가속한 엔진의 구동력을 보조하고 감속시에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시키는 발전기 역할을 하는 완벽한 전기구동 모터 개발은 쉽지 않았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 중 가장 골치 아팠던 문제는 모터속 영구 자석이 자력을 잃는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석 설계부터 재질 변경까지 검토를 했고, 결국 개선에 성공했다. 그 뒤로도 모터 소음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나 철야 연구로 모두 극복했다. 그렇게 나온 전기구동 모터는 최대출력 15.5㎾, 시스템 효율 92%에 달하는 놀라운 성능을 발휘한다.

문제는 또 있었다. 지난 해 7월 어렵사리 완성한 시험제작차의 미세 소음을 잡아내기 위해 탑승했다. 하이브리드카는 일반 차량에 愎?고전압 전기 스위치를 쓰는데, 스위치 작동음이 귀뚜라미 소리처럼 탑승자의 신경을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

시험제작차에서도 전기모터의 '윙'하는 구동소리는 귀에 그슬릴 정도로 크게 들렸다. 엔진 회전수 3,000rpm대에서 특히 심했다. 이 소음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낮추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반 사다리꼴 모양의 대형 배터리를 둘 공간이 없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구동모터를 장착하기 위한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고심 끝에 트렁크의 한쪽 면이 뒷좌석과 밀착된다는 점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골프백 2개까지 넣을 수 있는 트렁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김기남 현대차 하이브리드 연구개발팀 수석 연구원은 "자체 기술로 세계 최초의 LPi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다만 아쉬운 것은 100% 전 부품의 국산화를 이루지 못한 점이지만, 이는 기술 개발 지속으로 조만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 양웅철 현대차 R&D 본부장

현대자동차의 연구개발(R&D) 총괄본부장인 양웅철 사장(사진)은 요즘 길거리에서 아반떼 LPi하이브리드차를 보면 즐겁다. 출시한지 한 달도 안돼 1,000여대 이상 팔리면서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양 사장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차에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개발 초기부터 연구개발을 총괄하며 결국 세계 최초 LPi 하이브리드차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양 사장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견인차 역할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 사장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터, 배터리, 전류변환장치 등 핵심부품을 전부 국산화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크다.

지난해까지 관공서에 납품했던 베르나ㆍ프라이드 하이브리드는 핵심 부품을 일본과 독일에서 전량 수입한 탓에 성능향상 및 기술자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말은 이제 외국업체 도움 없이도 개발에 가속이 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판매목표인 7,500대 달성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양 사장은 "사전계약 기간 동안 1,450여대 판매를 기록하고 있고, 각 지자체와 대기업 등의 고객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환경부 등에서 아반떼 LPi하이브리드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기술개발을 통한 연비 향상 계획도 밝혔다. 양 사장은 "9월에 출시 예정인 YF쏘나타는 획기적인 파워트레인 기술로 연비가 20㎞안팎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엔진 소형화와 파워 향상 등을 통해 연비 향상 노력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2012년부터 강화되는 연비규제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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