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당헌ㆍ당규 개정 문제를 놓고 계파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기 당권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및 대선에 적용될 핵심 현안들이 다뤄질 예정이어서 사활을 건 쟁투가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3일 당 쇄신특위가 제안한 공천 개선안 등을 반영하기 위해 황우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변화와 성장을 위한 당헌ㆍ당규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는 9월 중 초안을 만들고 11월까지 조문을 검토한 뒤 12월에 개정안을 마련, 당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을 예정이다.
논란의 핵심은 공천제도 개선 문제다. 고질적인 친이계ㆍ친박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게 된 핵심적인 계기가 지난해 총선 공천이었고, 4ㆍ29 재보선 때도 경북 경주지역 후보 공천 문제로 계파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그간 주류측이 공천을 좌우해왔다고 여기고 있는 친박계는 여론조사처럼 계량화가 가능한 지수를 반영하는 등의 상향식 공천제 확립에 주력할 태세다. 한 친박계 의원은 "공당의 공천이 제도가 아닌 사심에 따라 이뤄져 온 게 당내 갈등의 핵심 요인"이라며 "시스템에 따른 공천제가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친이계는 공천 제도 개혁보다는 당청관계 개선과 중앙당 운영위원회의 역할 및 의원 자율권 강화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지금까지 당 운영 과정에서 친박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당헌 개정 등을 통해 국정을 주도적으로 끌어갈 생각이 있는 세력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전후해 모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친이계ㆍ친박계 갈등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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