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에서 밝힌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여론 수렴에 나섰다.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4일 202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배출전망치(BAU)에 비해 각각 21%, 27%, 30%씩 줄이는 내용을 담은 3개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는 2005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할 때 각각 ▲8% 증가 ▲동결 ▲4% 감소되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해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7개 국책연구기관으로 연구팀을 구성,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연구를 진행해왔다. 올해 7월에는 검토위원회를 통해 연구 결과의 신뢰도와 객관성에 대한 검증도 마쳤다.
이날 발표된 시나리오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 온실가스 감축의 기술적ㆍ경제적 여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에 요구하는 수준 등을 고려해 마련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중 시나리오 1은 온실가스를 2020년 배출 전망치보다 21% 감소하는 것이 목표다. 그린빌딩 건설 등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큰 감축 수단을 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27%를 목표로 하는 시나리오2는 국제적 기준의 감축비용 수준인 CO₂1톤당 5만원 이하의 감축수단을 추가로 적용했다. 변압기ㆍ냉매 등에 있는 지구 온난화 지수가 높은 불소계 가스를 제거하고, 하이브리드차와 바이오 연료 등을 보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강도 높은 감축 계획인 시나리오3은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소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유럽연합(EU) 등에서 개발도상국에 요구하는 최대 감축 수준으로, 전기차ㆍ연료전지차 등 그린카, 최첨단 고효율 제품,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를 적극 도입하는 등 감축 비용이 높은 수단을 도입할 때 달성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간담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산업계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까지 3개 시나리오 중 하나를 최종안으로 확정한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장은 "최근 15년간 OECD 가입국 중 최고치인 99%나 증가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를 감안할 때 이번에 제시한 것은 획기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달리 국내 산업 구조상 온실가스 감축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가 제시한 중기 감축목표를 실현하려면 기업 대부분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인데,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이 중심인 국내 산업구조상 배출량 감축에 여력이 많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