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주위를 환기하기 위해 남을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 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인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탈러와 하버드대 법대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이 말을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보다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으로 이끄는 '선택 설계학'이라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그들의 저서 <넛지> (리더스북 펴냄>는 우리가 왜, 얼마나 부적절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생생한 사례와 분석을 통해 보여주면서 넛지로 자신과 사회에 최선이 되는 선택의 길을 제시한다. 넛지>
▦우리의 일상은 선택의 연속이다. 자명종이 울리는 순간 '일어날까' '조금 더 잘까'부터 선택이다.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항상 옳은 선택, 똑똑한 선택만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유야 많다. <넛지> 에서는 감정, 계획오류, 편견, 비현실적 낙관주의, 현상유지 편향, 집단동조, 타성, 계획하는 자아보다 행동하는 자아의 우세 등을 꼽고 있다. '넛지'야말로 선택의 금지가 아닌 자유로, 그것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는 것이다. 마치 구내식당에서 학생들의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우선 배열해 많이 먹게 해주는 '선택 설계자'처럼. 넛지>
▦탈러와 선스타인은 우리가 '넛지'를 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머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이지만 행동은 그냥 호모사피엔스(인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휴대폰 기본설정처럼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을 따르려는 성향이나, 충동구매, 흥행영화에 몰리는 집단동조 현상도 결국은 사고하는 인간과 행동하는 인간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개인이나 민간 뿐만 아니라, 타성에 젖은 공공부문에서도 나타나 교육과 복지, 의료보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넛지' 아이디어는 지난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오바마가 정책에 활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덕분에 선스타인은 오바마 정부에 합류해 규제정보국을 돕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청와대 식구들은 물론 출입기자들에게까지 이 책을 선물했다. 대통령이 왜 굳이 이 책을 여름휴가 독서용으로 선물했는지 짐작이 간다. 지금 청와대 식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명령이나 일방적 지시가 아닌 '넛지'라는 얘기다. "가능한 한 최상의 디폴트를 설정해 주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그야말로 '넛지' 식으로 부드럽게 한 것은 아닐까.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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