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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 빼려다 얼굴 망치는 '페놀 박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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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 빼려다 얼굴 망치는 '페놀 박피'

입력
2009.08.0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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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0대 중반이었던 여성 A씨는 우연히 케이블TV를 보다가 한 의학전문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했다. 서울 강남지역 유명 피부과의원의 P원장이 출연해 스스로 개발한 피부박피술을 소개하고 있었다. 평소 눈 밑의 기미 때문에 신경을 썼던 A씨는 P원장의 설명에 솔깃해 곧바로 병원을 찾아 1,200만원에 박피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시술 직후부터 얼굴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곧이어 얼굴에서 피고름이 흐르고 볼과 이마의 피부가 붉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A씨는 2007년 이 병원 부원장 안모씨로부터 흉터 등을 없애기 위해 2,3차 시술을 받았으나 증상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결국 그는 얼굴 60%에 화학적 화상을 입어 피부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A씨는"기미를 없애려다가 온 얼굴에 화상을 입어 모자와 마스크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건태)는 3일 의사 안모, 노모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안씨 등은 2004~2008년 P원장과 함께 사전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박피 시술을 해 여성 10명에게 얼굴 화상 등 부작용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P원장은 2002년 박피용으로 사용되던 페놀박피약물의 성분을 변경해 '타임필솔루션'이라는 약물을 개발한 뒤 이를 이용한 '심부피부재생술'이라는 방법으로 시술을 해왔다.

그는 시술 사례들을 학회에서 발표하는 한편, 직접 케이블TV 등에 출연해 "기미 주름 흉터 제거에 혁신적면서도 안전한 시술"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P원장은 임상시험 등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고 환자들에게 약물 성분과 시술 내용도 상세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검찰을 밝혔다.

이 때문에 1,200만~2,000만원씩 큰 돈을 내고 시술을 받은 환자들 사이에서 피해자가 속출했고 결국 이들은 안씨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 중 피해자 B씨의 경우 얼굴 화상 정도가 80%에 달해 3급 장애 판정을 받았고 눈꺼풀이 말려 올라가 눈이 감기지 않는 증상까지 발생해 피부이식수술을 받은 상태다. 이 피부과의원은 지난해 4월 P원장이 사망한 직후 폐업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부박피술을 포함한 미용성형시술 의사들에게는 시술이 잘못 됐을 경우의 부작용까지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며 "일부 미용성형시술 의사들의 영리 위주 진료행위와 무차별적 광고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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