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이 조성된 이후 주목할 만한 일들이 있었다. 주말에 37만여 명의 시민이 찾아 즐겼고,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광장 운용방식을 비난하는 집회를 가졌고, 경찰이 이들 중 10여명을 연행했다. 우리는 우선 수많은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의 조성을 반겨 그 의미에 동참한 것에 주목한다. 다음으로 일부 단체가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기자회견 형식의 집회를 한 데 유감을 표하면서, 해산과 연행을 강행한 경찰의 대응에 더 큰 유감을 갖는다.
광화문광장은 이명박 정부의 것도 아니며 오세훈 시장의 것도 아닌 서울시민 모두의 것이다. 이순신 동상과 해치 전시실 등이 보수정권만의 '대한늬우스'가 아니며, 서울 중심의 트인 공간이라고 진보진영의 전유물은 더욱 아니다. 보도블록 하나, 설치물 한 조각에 시민의 혈세와 애정이 배여 있다. 수십만 시민이 모여 광장의 조성을 즐기고 기꺼워한 이유다. 양쪽 10차선 자동차도로 사이에 광장이 조성된 게 아니라 그 10차선 도로마저 광장의 한 부분이라고 봐야 한다.
도심에 널찍한 공간만 생기면 시위장소로 활용하려는 일부 단체들의 이기심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라고 모든 시민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낸 세금을 문화와 역사의 공간 조성에 쓰도록 동의한 시민들의 마음을 일부 단체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이유로 묵살하는 것은 오만이다. 주위와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광장의 의미를 이기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책임과 거리가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정치적이거나 집단이익을 관철하려는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것을 우리는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의 기자회견을 막무가내로 저지하고 관계자들을 강제 연행한 경찰의 행동은 지나치고 무모했다. 경찰이 주장하는 대로 '변형된 불법 집회ㆍ시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정도 의사표현마저 광화문광장이라는 이유로 금지한다면 시민의 광장이 아니라 관공서 앞마당이나 공공건물 로비로 관제화할 수밖에 없다. 시민의 광장은 시민이 직접 가꾸는 것이고 공권력은 되도록 적게 개입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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