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의 전속계약', '음반 50만장 이상 팔려야 5,000만원 수익 분배'. 국내 최고의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 멤버 3명이 3일 법적 대리인을 통해 밝힌 소속사와의 계약서 내용이다.
지난달 31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들은 3일 "부당 계약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법정 다툼에 나섰다. 기획사와 연예인간 '노예계약' 시비가 끊이지 않는 국내 연예산업에서 대형 기획사와 최고 인기 그룹 간의 계약 분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연예인 전속계약 관행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동방신기 멤버 5명 중 영웅재중(김재중), 시아준수(김준수), 믹키유천(박유천) 3명은 이날 법무법인을 통해 "(이 같은 계약 아래서는) 우리는 회사의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소모되고 말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계약기간이 13년에 이르는데, 군복무기간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종신계약을 의미하며 음반 수익 배분 등에서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개한 계약서에 따르면 이들은 50만장의 음반이 판매될 경우 다음 음반이 발매될 때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멤버수대로 나누면 1인당 1,000만원을 받는 셈이다. 이들은 "정가 1만7,000원의 음반이 팔리면 20원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을 받는 것"이라며 "더구나 50만장 미만일 경우엔 조금의 수익금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핵심 수익원인 광고나 행사 출연 등의 경우 운영비를 제외한 순수입의 60%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운영비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SM측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운영비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SM측은 이에 대해 "동방신기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그룹이기 때문에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채 아직까지 이들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장기 계약 등과 관련, 연예계에선 "신인 연예인들을 장기간 묶어두는 사실상의 노예 계약"이라는 주장과 "신인 연예인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많은 투자와 실패가 뒤따르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연예인계약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전속 7년이 넘으면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다는 내용의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표준계약서에도 기획사와 가수가 합의하면 해지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고 별도 합의에 따라 장기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어 분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전속계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만큼, 이번 가처분 소송 결정이 갖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을 보여 재판부가 당사자의 입장을 직접 듣는 등 소송 시간이 다소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환 기자 tellme@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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