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며 YTN 노조 및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끈질긴 사퇴 종용을 받고도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던 구본홍 YTN사장이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구 사장은 이날 실국장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취임 1년이 지났고 회사도 어느 정도 안정돼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YTN의 관계자는 "구 사장은 취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경영 등 YTN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으나 노조의 사장퇴진 운동으로 선후배의 갈등이 깊어진 점을 우려했다"며 "지금 물러남으로써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구 사장의 사퇴 발표는, 간담회에 참석한 실ㆍ국장 대부분도 적잖이 당황할 만큼 급작스러운 것이었다. YTN의 관계자는 "직원들이 구 사장의 사퇴 소식을 듣고 다들 깜짝 놀랐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사장 취임 후 극심한 노사갈등에 따른 심적 부담과 피로감도 구 사장이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꼽힌다. 권오진 YTN 홍보팀장은 "쉬고 싶다는 구 사장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권 차원의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구 사장이 취임 초기 상황을 정리하지 못해 청와대의 신뢰가 줄었고 구 사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려 하다가는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최근 시작된 노사간 법정 공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YTN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권은 민영화 압박 심지어 YTN 승인 취소 협박까지 동원했지만 YTN 보도를 틀어쥐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선택할 카드는 '교체'뿐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나갈 것이라면 진작 나갔어야 했고, 지금까지 버틸 요량이었다면 적어도 해고자 복직 등의 현안은 매듭지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YTN은 지난해 7월 17일 구 사장이 취임하면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노조는 구 사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 출근 저지 투쟁을 했고 사측은 조합원 6명을 9월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으며 이에 노조가 총파업으로 맞서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올해 들어서는 양측의 갈등이 다소 누그러진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공방이 오가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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