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자동차 전조등 켜기는 1960년대 초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됐다. 주말 교통량 증가로 교통사고가 늘어나자 주정부가 그 대책으로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주행하도록 한 게 효시다. 이후 핀란드(72년) 스웨덴(77년) 노르웨이(85년) 등 북유럽 3개국이 법제화에 나섰고, 아이슬란드 캐나다 덴마크 폴란드 헝가리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국가는 주간 전조등 켜기로 교통사고 발생률이 연평균 8.3% 감소했다. 전조등 하나가 수많은 목숨을 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주간 주행등(DRLㆍDaytime Running Lamp) 장착을 의무화했다.
▦주간에 사용되는 전조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야간에 자동차를 운전할 때 켜는 전조등과는 다르다. 야간 전조등은 대개 광도가 2만~4만 5,000 칸델라에 이른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차량에 부착해 쓰고 있는 주간 전조등은 20분의 1 수준인 1,000 칸델라에 불과하다. 주로 일반 전조등의 밝기를 줄여서 사용하거나 안개등이나 비상등에 함께 설치해 사용한다. 주간 전조등의 목적이 앞이나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에 대한 운전자의 주의력과 식별력을 높여서 교통사고 발생을 억제하는 데 있는 만큼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밝기만 유지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90년대 초반부터 주간 전조등 켜기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에는 주간 전조등 켜기 캠페인이 전개되기도 했고, 2006년에는 법제화가 논의되기도 했지만 유야무야됐다. 무엇보다 '밝은 대낮에 무슨 전조등이냐'는 의식과 일몰 후에나 전조등을 켜는 습관이 문제였다. 안개, 비, 눈 등이 많은 북유럽 국가와는 기상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실험 결과까지 제시하며 주간 전조등을 켤 경우 차량의 연료 소비가 많아져 오염물질이 더 많이 배출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광주시가 전국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을 시작했다. '교통사고 발생률 전국 1위'(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 156.4건ㆍ전국 평균 105.7건)의 오명을 씻자는 광주지검의 제안에 각급 기관과 시민단체들이 합세해 교통사고 줄이기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다. 환경오염 논란이 여전하지만 광주의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은 결과에 따라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광주만의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교통사고 감소와의 연관성, 연료 소비 및 대기오염 증가 여부 등을 면밀히 추적 점검하는 중앙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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