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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호랑나비 애벌레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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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호랑나비 애벌레 키우기

입력
2009.08.0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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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호랑나비 애벌레를 집에서 키운 적이 있다. 이게 그렇게 귀엽고 예쁜 줄 미처 몰랐다. 크레용으로 그려 놓은 듯한 초록색 몸통에 나뭇잎 무늬가 등에 새겨진 애벌레는 흰색 발로 풀잎사이를 꾸물대었다. 네 마디였던 애벌레 몸통이 다섯 마디가 되자 띠실을 치고 번데기로 탈바꿈해 나무에 매달렸다.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책에서 보았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사진으로나 보던 애벌레를 직접 키우다 보니 애착이 생겨 제대로 자랄까 무척 걱정되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다.

번데기가 된지 1주일이 지난 어느 날, 신기하게도 밤새 껍데기를 벗고 화려한 호랑나비로 부활한 모습을 보고 나는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호랑나비는 곧바로 날개를 펴지 못하였다. 1시간쯤 지나 비로소 날개를 펼쳤으며 만 하루가 되자 드디어 날기 시작하였다. 애벌레 기르기 설명서대로 설탕물을 묻힌 물체를 나비 근처에 놓아두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호랑나비가 보이지 않아 집 밖으로 날아가 버린 줄 알았다. 그리고는 잊어 버렸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거실의 작은 샹들리에 속에서 나비를 발견했다. 꼼짝하지 않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 보고서야 죽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알 수가 없었다. 혹 지나치게 간섭을 하거나 반대로 너무 방임한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보았다.

의사이지만 곤충을 기르는 데는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호랑나비도 어른이 되었으니 스스로 날개 짓을 해서 날아가겠지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다. 내 잘못이 컸다. 진작 자유로운 공간으로 내보내 주었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 후회했다. 나비가 날개가 돋아난 직후엔 먹이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나비 날개를 잡고 발을 먹이에 닿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곤충이라는 작은 생명을 기를 때도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생명에 대한 사랑은 그 존재에 대한 집착이나 소유의 회피만은 아니다. 호랑나비에게 이러하듯 하나의 생명이, 한 인간이, 혹은 조직이 독립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향한 지도와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한 지원을 '의존'이라는 시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소유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홀로 설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한 기반마저도 만들어주지 못한 어리석음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스티븐 코비가 '성공한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에서 지적하듯, 개인이나 조직은 의존적 관계에서 자기 주도적인 독립의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그 것이 무관심이나 방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간섭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인류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연구> 에서 인류 문화의 흥망성쇠는 변화에 따른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경제 상황과 같은 외부 환경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도 생존에 불가결한 부분이다.

개인이나 조직이 창의적 노력을 통해 '어떻게 성장해 갈 것인가'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실행해야만 미래에 닥쳐올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애벌레가 어른 나비가 되는 과정에서 보았듯이 부정확한 지식과 부족한 역량, 섣부른 지원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요즘과 같은 위기 속에서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 설정, 신뢰 구축, 역량 강화, 체계적인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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