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을 석유와 마찬가지로 비싼 가격에 사 먹어야 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물에 관한 한 우리는 유사 이래 거의 공짜로 먹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대는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건설교통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5년이면 한국에서는 물이 부족해 배급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 경제 수준이 선진국화하면서 물의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물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파악하고 베올리아, 수에즈 같은 대기업을 육성해 세계 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 초 물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에 약 250억달러의 물 관련 수출을 달성하고 국내 생산액 32조원을 이뤄 신규 일자리 12만개를 창출한다는 골자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런 물 산업 육성에 반대하고 있다.
물 산업 육성책을 대운하 사업과 관련을 짓기도 하고, 물 사업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면 물 관련 요금 인상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이 머지 않아 물 부족 국가가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를 하나씩 따져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정부의 물 산업 지원책은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추진돼온 사안이다.
2006년 초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공기업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물관리 사업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고 세제 혜택 등으로 지원한다는 골자다. 여기에는 물에 관련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 정부의 물산업 육성책에 담긴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민간 기업의 참여로 서민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다.
웅진코웨이, 플로우워터를 비롯한 민간기업의 물 관련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들은 이미 돈을 주고 이용하고 있다. 더 많은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면 자유 경쟁에 의해 소비자는 양질의 물 관련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오히려 물 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한국의 물 시장은 외국의 다국적 거대회사나 거대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물 사업은 세계적으로 민영화가 대세라는 보고서도 냈다.
한국은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물 산업 발전에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한반도는 3면이 바다이고, 한강 등 4대강은 풍부한 수량을 확보하고 있다. 물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정보기술(IT), 전자, 화학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물산업은 좁게는 상하수도 사업을 말하지만 넓게 보면 담수화, 음료, 생수 사업까지 포함한다.
물 산업을 육성해 수출 산업으로 키우면 국부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원 빈국인 한국이 물을 어떻게 국부 창출의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물은 이제 국력이다.
이정숙 좋은물 만들기 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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