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위원회(AHRC)가 최근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직을 스스로 포기해 논란을 빚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을 낮추라고 ICC에 요구했다. AHRC는 한국과 인도, 스리랑카, 일본 등의 시민활동가가 참여하는 비정부기구(NGO)로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다.
2일 AHRC 홈페이지(www.ahrchk.net)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달 31일 제니퍼 린치 ICC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비공개 절차로 인권과 별 관련이 없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뽑는 등 국가인권기구 지위기준(파리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면서 “ICC는 (한국) 인권위의 현행 A등급을 B로 하향 조정하라”고 주장했다.
AHRC는 “한국 인권위는 인력이 30% 감축되면서 조직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았고, 인권 관련 경력이 없는 위원장을 차기 ICC 의장으로 내세우려다 출마를 포기해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한양대 법대 교수 출신으로 인권과 관련된 경력이나 연구성과가 없어 ‘자격미달’ 논란에 시달려왔다.
ICC는 전 세계 인권기구를 대표하는 단체로, 각국 인권기구에 대해 국제적 기준에 맞는지를 따져 등급을 매긴다. 한국은 2004년부터 A등급을 유지해 왔는데, B로 강등되면 ICC 투표권을 잃게 된다. 유엔인권이사회에 출석해 인권외교를 펼칠 수 있는 ICC 의장국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상실됨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ICC가 실제로 한국 인권위의 등급을 강등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현 정부 들어 유엔과 ICC로부터 인권후퇴 경고를 수 차례 받은 만큼 강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ICC는 국제 인권단체의 목소리를 경청해온 만큼 AHRC 요구가 강등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강등 여부를 떠나 국제적 망신”이라고 평가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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