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을 사이에 둔 키르기스스탄의 외줄타기 외교가 계속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1일 러시아와 두 번째 군 기지 설립에 관한 임시 협정을 체결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임시 협정에 따라 러시아는 향후 49년 동안 병력을 추가로 파견할 기회를 얻었다. 러시아는 이미 2003년 칸트지역에 공군기지를 설립해 400명의 병력을 파견한 바 있다. 신규기지 예정지는 우즈베키스탄 접경 부근인 바트켄 지역으로 알려졌으며 주둔 러시아군은 현지법 적용을 면제 받는 외교적 지위를 부여 받는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달 자국 내 마나스 미 공군기지에 대한 연장 사용 역시 승인한 상태라, 미국과 러시아의 군 기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요충지라는 이점을 이용해 미, 러 양측과 접촉하면서 실익을 취하는 지정학적 게임을 벌여 왔다.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손잡고 이 지역으로 동진하려는 미국과 구 소련국 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러시아의 대립 속에서 교묘한 외줄타기를 벌이는 셈이다.
실제로 미, 러는 키르기스스탄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영향력 확대를 도모해 왔다. 키르기스스탄은 2월 미국측에 마나스 공군기지 폐쇄 입장을 밝히며 8월까지 기지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마나스 기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유일한 보급로인 터라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키르기스스탄은 6월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연간 1,740만 달러였던 임대료를 무려 6,000만 달러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앞서 2월에는 러시아로부터 23억 달러 규모의 차관과 경제협력 자금을 받은 후 칸트 공군기지의 임대 기간을 최장 49년 연장키로 5월 합의했었다.
지난달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키르기스스탄의 외줄타기 외교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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