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사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사이

입력
2009.08.02 23:48
0 0

휴가를 보내고 후배가 출근했다. 드러난 팔이 흑자색이다.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지 않고 윗옷을 벗은 채로 한참 스노클링을 했다는 것이다. 간단한 장비만으로 즐기는 스노클링의 매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맑은 제주 바다 속 물고기들을 보는 재미에 등이 익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통증 때문에 의자에 앉아 있지도 못하더니 점심 시간 피부과에 다녀왔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처방 받았다.

어머니에게 약을 발라달라고 해야 하는데 퇴근 시간까지는 반 나절이나 남았다. 마침 실장은 외출 중이었고 기꺼이 내가 나섰다. 후배와의 나이 차는 열 살이 훌쩍 넘는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었는데 믿었던 후배가 우물거리는 바람에 미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실장님이 오신 다음에 발라주시면……" 해변에서의 오일도 아니고 단지 약을 발라주는 일이 누군가의 입회 하에 해야 할 이상한 일일까. 괜히 나선 것인가 후회했다. 그럴 바에야 같은 남자인 실장이 발라주면 될 일이었다.

그게 더 이상하다며 후배가 질색한다. 그와 같이 일한 지 이제 7개월. 그 사이 이 친구의 재정 상태도 알고 연애에도 슬쩍 충고하기도 했다. 직장 선배와 후배, 우리 사이에 금 그어진 편견에 대해 생각했다. 복잡할 거 없었다. 나는 그의 등을 내리쳤고 그는 비명을 질렀다. 쓱쓱 나는 일부러 억세게 약을 발라주었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