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상이 결렬된 2일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주변은 하루 종일 긴장감으로 휩싸였다. 노조 측과 사 측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넘기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부쩍 강화했다.
노사 양측은 선전전과 기자회견에서도 한치 양보가 없었다. 사측은 오전 10시께 공장 남문 앞에서 사측 직원과 용역직원 300명이 둘러싼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협상이 무산됐다"며 "노조의 전향적인 인식 변화 없이는 어떠한 대화도 의미가 없는 상황 "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공장 내부의 대형스피커를 동원, "노조 집행부가 강경 노선을 고집하기 때문에 공권력과 무력진압을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노조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노조 측 기자회견은 민주노동당 금속노조 가족대책위원회 참석 속에 오후 1시30분께 진행됐다. 노조 측은 "사 측의 협상 파기와 단전 조치는 쌍용차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라며 "사 측은 하루 빨리 협상장으로 돌아와 평화로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가족대표로 참석한 서모(37ㆍ여)씨는 "평화롭게 잘 해결돼 남편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사측의 일방적 협상 파기 소식을 듣고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농성장을 이탈하는 노조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30분 사 측의 협상 최종 결렬이 선언된 직 후부터 하나 둘 공장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노조원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삼삼오오 집으로 향했다. 초췌한 모습으로 공장을 등지던 한 노조원은 "지옥 같은 곳에서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버텨왔는데 협상이 깨져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며 "누굴 원망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 상태"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공권력이 다시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은 분위기를 더욱 스산하게 만들고 있다. 협상기간 내내 보이지 않던 경찰 헬기가 공장 상공을 오전부터 선회했고, 입구에서는 출입자 검문이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경찰 간의 사소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협상이 무산된 이후 경찰력 배치가 두드러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코너에 몰린 노조원들과 심각한 충돌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후 7시에는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회원 500여명이 공장 정문 앞에 모여 쌍용차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촛불집회를 갖는 등 공장 주변은 밤 늦게까지 어수선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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