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언론악법 5적(敵)'으로 규정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본격적인 표적 투쟁에 나섰다. 이에 한나라당이 방어와 역공에 적극 나서면서 미디어법 처리 이후 여야 간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세균 대표, 이미경 사무총장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을 31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에 내려가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거리 홍보와 서명운동을 벌였다.
민주당은 앞서 30일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의 지역구인 성남 분당구를 찾은 데 이어 '5적'으로 지목한 이윤성 국회부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나경원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의 지역구를 차례로 돌며 미디어법 강행 처리의 책임을 추궁하는 선전전을 펼 계획이다.
당사자인 김 의장은 발끈했다. 그는 김양수 비서실장을 통해 "공당이 국회의장을 겨냥하는 이런 일은 실정법에 위반되고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국회의장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 의장의 측근은 31일 "일단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 수위를 지켜보겠지만 정도를 넘는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데 누구의 지역구도 빼놓을 수 없다"며 "김 의장 지역은 안된다는 법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미경 사무총장은 "자기 지역구에서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엄포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성토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며 김 의장을 엄호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언론 5적이라고 마음대로 규정하고 낙선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률팀에서 면밀히 채증해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지속될수록 사전선거운동 여부를 놓고 여야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미디어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은 (미디어법 통과 당시) 피해자가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의 투표를 방해하면서 범법행위를 한 가해자"라며 "민주당은 청구인으로서 당사자 적격이 아니기 때문에 심판 청구는 각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정부 정책의 대국민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특별기구 설치를 검토키로 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과거 국정홍보처의 부활은 아니지만 미흡한 국정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총리실에 국정홍보 기능을 맡기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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