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이 마침내 오늘 개방된다. 광장의 구성과 조형, 활용 편의성 등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겠지만, 어쨌든 서울에 또 하나의 상징명소가 생긴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걱정스러운 것은 광화문광장의 활용을 두고 벌써부터 보수ㆍ진보세력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아전인수식 논란이다. 자칫 진영 간 갈등의 또 다른 빌미가 될까 우려된다.
'광장을 시민 품에'라는 당위적 명제를 보수와 진보 진영은 각기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나 보수 측은 광장조례에 규정된 대로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 공간'으로, 진보인사나 시민단체 측은 '자유로운 집회와 시위의 공간'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광화문광장의 활용원칙을 제언한 바 있다. 정리하자면 이곳의 사용 및 관리를 공공성과 공익성 측면에서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자의적이고 무조건적인 집회 제한은 논리적으로도 군색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광장 사용조례에 명시한 '경찰과의 사전 협의' 문구가 사실상의 '집회 및 시위의 허가제도'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결국 대단히 애매하긴 하지만 광장의 모습이란 시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당장은 시민의 양식에 맡겨보는 방법 밖에는 없다. 서울시는 경직되지 않은 태도로 집회나 정치사회적 행사를 포용하되, 행사가 폭력적으로 변질되거나 일반시민의 광장 활용에 지장을 주는 상황이 빈번히 빚어진다면 여론의 동의를 구해 점진적으로 제한을 확대해 나가도 늦지 않다.
이럴 경우 시민사회단체 쪽에 더 무거운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집회장소가 왜 굳이 꼭 그곳이어야 하는지 새삼스런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으나 광화문광장을 정부 공격을 위한 전진기지 쯤으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광장 이용은 시민의 권리지만 그 시민이 정치사회적 인식을 같이하는 이들로 좁게 해석돼서는 안 된다. 광화문광장만이라도 각종 집회와 시위에서 자유로운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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