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투표율은 60대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일본을 짊어지는 것은 우리들 '20대'입니다. 투표장에 가서 일본의 미래를 만들어냅시다."
2일 도쿄(東京)에서 젊은이 거리로 유명한 시부야(澁谷)역 앞. 여름철 전통의상 유카타(浴衣)를 차려 입은 남녀 대학생들이 보슬비 내리는 휴일 번화가를 누비며 전단 나눠주기 바쁘다. 8월 30일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학생 단체 '아이보트(ivote)'가 벌이는 20대 투표 참가 독려 캠페인이다.
총선을 앞두고 일본의 20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표율이 낮은 20대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를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다. 가장 최근 실시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36%로 60대(7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날 시부야에서 캠페인을 벌인 '아이보트'는 '대학생이나 20대가 투표에 당연히 참가하는 사회'를 목표로 지난해 4월 창립했다. 투표 이유는 "후보가 잘 생겨서" "선거포스터가 재미 있어서" "그냥 아무나 찍었다" 등 뭐든 상관 없다. 투표로 정치가 바뀌는 것을 우선 몸으로 느끼고 나면 그 다음 선거에서는 정책 내용을 비교해보고 투표한다거나 자신이 투표한 정치가의 활동을 유심히 살펴보게 될 것이고, 젊은이의 정치 참여의식이 높아지면 정치인 역시 20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취지다.
2년 동안 국회의원 사무실 인턴 경험을 한 뒤 이 단체를 만든 도쿄대 법학부 3학년 하라다 겐스케(原田謙介ㆍ23) 대표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젊은이들의 선거 참여 열기가 정치에 무관심한 일본 젊은이들과 대비됐다고 한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면서 오바마가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선거를 표방하자 젊은이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활동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부각된 후기고령자의료제도가 "사회복지비용을 세대별로 공평하게 부담토록 하자는 취지는 잊혀지고 이를 비판하는 고령자 목소리만 전달되는 것"에서도 젊은이의 더 적극적인 정치 참여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정치적 중립을 원칙으로 '아이보트'는 올해 들어 국회의원을 초청한 선술집 토론회, 강연회 등을 열었다. 20대 투표율을 1%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등록한 젊은이에게 투표 독려 메일을 보내는 '메일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현재까지 등록자는 700명 정도다. 오사카(大阪)에서는 '아이보트'와 손잡은 학생단체 '빅업(BIG UP) 오사카'가 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정치인 인터뷰 등을 통해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링(RING)' 같은 학생단체도 있다. '아이보트' '링'은 일본청년회의소와 함께 8일 도쿄 지유가오카역 앞에서 지역구 출마자들과 공개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일본 시민단체 밝은선거추진협회가 집계한 투표율은 2007년 참의원 선거가 58.64%, 2005년 중의원 선거는 73.31%였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번 총선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이미 90%를 넘었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 전후 가장 흥미진진한 선거 중 하나가 될 총선에서 일본 젊은이들이 어떤 활약을 할지 주목된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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